화려한 거리에선 남 돕고 싶은 심리 줄어들어

 

길을 걷다 발을 헛디뎌 넘어진다거나 물이 고인 웅덩이에 휴대폰을 떨어뜨렸다면 그날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처럼 기분 나쁜 상황이 어떤 장소에서 벌어졌느냐에 따라 기분이 더욱 나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좋아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학술지 ‘사회적 영향(Social Influence)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즐비한 곳에 있으면 낯선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돕고 싶은 심리가 줄어든다. 명품 상점들이 늘어선 도시의 한 영역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돈을 비롯해 물질주의를 상기시키는 물건들은 이기심을 가중시키고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의식이 줄어들도록 만드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 같은 의식이 생기는 이유는 고급스러운 물품이 경쟁심, 자만함, 거만함, 높은 지위나 신분 등과 연관돼 떠오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를 실질적인 실험을 통해 입증한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프랑스 연구팀은 현장실험을 진행했다. 샹젤리제 거리, 몽테뉴 거리, 방돔광장처럼 파리에 위치한 다양한 쇼핑거리와 인근 주택가 등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설정해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집은 채 선 사람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 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리가 다친 상태에선 떨어진 물건을 줍기 어렵기 때문에 이럴 때 길을 지나던 사람이 도움을 주는지 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 짝은 이룬 실험 환경을 꾸몄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휠체어 앉은 사람을 잠깐만 봐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이다.

이 같은 실험들을 진행한 결과, 고급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이처럼 럭셔리한 장소를 단지 지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인들은 상대방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경향을 보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평범한 거리에서는 행인의 77.5%가 도움을 준 반면, 화려한 쇼핑거리에서는 35%만이 도움을 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평범한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고급상점을 지나는 사람들보다 상대방의 도움에 응한 확률이 23.3%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볼 때 물질주의를 떠올리는 외부환경은 자아 고양과 경쟁 가치의 중요성을 인지토록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된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느끼거나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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