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성경험 나이 또 낮아졌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첫 성경험 나이가 점점 낮아지는 반면,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문두건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를 받아 서울에 사는 64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첫 성경험 나이는 남학생 12.5세, 여학생 14.5세까지 내려갔다. 이 나이에 성경험을 한 남학생은 전체의 5.9%, 여학생은 2.5%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학생의 79%는 가정과 학교 등에서 성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대답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는 학생은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서울 D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교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은 너무 뻔하다”며 “성은 소중하다는 내용만 장시간 늘어놓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보건교사가 일 년에 약 17~34시간 동안 실시하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남녀 신체구조의 차이와 성윤리 등 진부하고 반복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몇몇 학교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아주 오래된 성교육 관련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실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에서조차 ‘야동(야한 동영상)’ 등 유해 영상물을 공유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콘돔 등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법, 성병을 예방하는 법 등 성관련 지식 뿐 아니라 원치 않은 성관계에 대처하는 법, 임신과 출산에 대처하는 법 등 보다 현실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교육시킨다. 청소년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되 임신과 출산 등 성관계에 따른 책임까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경구용 피임약과 콘돔 등 피임기구를 무료로 제공할 만큼 지원도 갖춰졌다.

현실적인 성교육은 청소년 임신율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15~19세 소녀의 임신율은 네덜란드가 4.5% 미만인 반면, 우리나라는 6%를 웃돈다. 허울뿐인 성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계획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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