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헬스케어 바람 편승” 바빠진 다국적 의료기기사

 

정부가 바이오헬스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면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생명과학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임상연구와 진단은 물론, 기기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어느 때보다 풍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들 중 일부는 사옥을 더 나은 곳으로 이전하며 국내 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국내 사옥 이전은 곧 투자를 뜻한다. 글로벌 계측전문기업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이하 애질런트)는 한국 본사를 강남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16일 개소식을 열었다. 애질런트의 사옥 이전은 생명과학과 헬스케어, 제약, 식품, 환경 분야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좇기 위한 선택이다.

오스틴 김 한국애질런트 대표이사는 이 날 기자들을 만나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팀워크와 협력을 증진하는 이상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용산으로 본사를 옮겼다”며 “생명과학과 응용화학,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비전과 애질런트의 목표 사이에는 높은 연관성이 있다. 애질런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신약 수출 등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지원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휴렛패커드의 자회사로 1984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애질런트는 1999년에 독립법인으로 분사했고, 2014년 말에 전자계측기 사업부(현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를 분사시키면서 생명과학과 진단, 응용과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직원 수만 1만2천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40억달러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33%다.

애질런트는 450억달러로 추산되는 생명과학과 진단, 응용화학 등의 글로벌 시장에서 분석 장비와 소모품, 인포매틱스,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구성된 토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실험실에 공급하고, 실험실은 이를 게놈 연구와 암 진단 등에 활용한다. 오스틴 김 대표는 “랩(lab) 중심 계측기업으로서 실험실과 검사실의 경제성을 제고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며 “랩에서 나온 결과물이 실제 진단에 쓰이도록 개인별 맞춤의학의 성장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인 쿡메디칼코리아는 지난 해 말, 여의도역 앞에 자리한 사옥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로 옮겼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세계 135개국에 진출한 50여년 역사의 글로벌 기업으로, 카테터 등 1만7000여개 제품을 보유한 인터벤션 영상의학 관련 의료장비의 대표주자다. 국내에서는 관련 의료기기 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다.

쿡메디칼코리아의 이승재 대표는 “더 나은 인지도로 국내 개발자들에게 접근해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사옥을 이전하는 목적”이라며 “본격적으로 한국의 의사, 연구소, 대학 등 유관기관에 아이디어를 구하고, 상품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하는 한편, 제품 프로파일도 확대하고 개발 엔지니어링 역량도 한국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30여년 전 국내에 처음 제품을 선보인 쿡메디칼이 법인 체제를 갖춰 대동맥중재, 인터벤션영상의학, 말초중재, 내시경, 비뇨기과학, 여성건강 등 6개 임상사업 분야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여 전부터다. 그만큼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내한한 쿡메디칼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배리 토마스 사장은 “향후 10~20년을 내다봤을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한국시장은 인허가 시스템이 미국과 닮아서 예측 가능해 관련법이나 규율이 들쑥날쑥한 중국보다 편하고, 유관 부처와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쿡메디칼은 아태지역 국가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할 목적으로 신기술팀(ANTT, Asia-pacific New Technology Team)을 운영 중이다. ANTT는 아태 국가들의 대학병원과 연구기관, 의료기기업체 등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쿡메디칼과 협력해 상품화하는 역할을 한다. 배리 토마스 사장은 “헬스케어 시스템이 발전된 한국은 IT 기술이 뛰어나 메디컬제품과 접목되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좋은 병원도 많고, 환자 입출국도 수월해 좋은 테스트마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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