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두드러기? 버스 ‘덜컹’ 해도 온몸에 증세

 

보통 알레르기하면 음식물이나, 동물의 털, 꽃가루, 금속 등이 떠오르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더 희귀한 알레르기 반응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달리기나 손뼉 치기, 타월로 몸을 닦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전해지는 진동 때문에 유발된다고 해서 과학자들은 이를 ‘진동 두드러기’라고 부른다.

희귀한 진동 두드러기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돌연변이는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됐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산하 알레르기 및 감염질환 연구소(NIAID)와 국립 인간 유전체 연구소(NHGRI)의 연구자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진동 두드러기를 겪고 있는 가족들을 연구해 진동이 어떻게 두드러기와 다른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지 발견했다.

진동 두드러기 환자들은 덜컹거리는 버스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홍조와 두통, 피로, 흐릿한 시력, 금속 맛 등을 경험한다. 보통 이러한 증상들은 한 시간 안에 사라지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는 특정 이물질인 항원에 대한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이다. 우리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진동을 잘못 인식해 과잉 방어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동안 혈액 내 히스타민 농도를 측정해 진동에 대한 정상적인 세포반응이 진동 두드러기 환자들에게는 과장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몸속 비만세포들이 진동에 반응해 혈류와 주변 조직에서 히스타민과 트립타제 등 염증성 물질의 분비가 증가된 것이다.

이러한 염증성 물질들은 피부나 내장을 둘러싼 결합조직인 비만세포 안에 커다란 과립형태로 저장돼 있다. 비만세포는 과립으로 가득 차 통통하게 살이 찐 형태를 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만세포가 과립상태에서 벗어난 탈과립 상태가 되면 염증성 물질이 분비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 등 유전적 분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진동 두드러기를 가진 가족 구성원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공유되지만, 영향을 받지 않은 가족 구성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ADGRE2’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비만세포를 포함해 여러 가지 형태로 면역세포들의 표면에 존재하는 ADGRE2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ADGRE2 단백질은 세포막 안팎에 알파와 베타, 두 개의 서브유닛으로 구성되는데, 베타는 세포 외부막 안에, 알파는 세포 표면 바깥에 자리해있다. 정상적으로 이들 두 유닛은 가깝게 붙어 상호작용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성 진동 두드러기를 지닌 사람들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불안정한 돌연변이 ADGRE2 단백질을 가졌다. 이 때문에 진동 자극을 받으면 돌연변이 단백질의 알파와 베타 두 서브유닛이 접촉하지를 못했다. 연구진은 이 두 유닛이 떨어졌을 때 베타 유닛이 두드러기나 다른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도록 비만세포에 탈과립 신호를 보낸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ADGRE2 서브유닛의 상호작용이 특정한 물리적 자극에 반응해 비만세포 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비만세포와 관여된 다른 질환에서도 관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진동 후 알파 서브유닛에 무엇이 발생했는지, 비만세포의 탈과립을 이끄는 세포신호전달은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온라인판에 지난 3일자로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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