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난 털이 밧줄처럼 아기의 몸을 조른다?

젖먹이 아이는 울음으로 자신의 불편을 호소한다. 육아에 어느 정도 숙달된 부모는 배가 고파서 우는지, 기저귀가 젖어 우는지 정도는 분별하지만 때론 이유 모를 울음에 당황한다. 이처럼 부모를 난처하게 만드는 울음의 원인 중 하나는 ‘체모압박증후군’이다.

생후 19개월 딸을 둔 미국 캔자스 주에 사는 스콧과 제시카 부부는 딸아이가 갑자기 비명 지르듯 울음을 울어 깜짝 놀랐다.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열심히 달랬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몸에선 열감이 느껴졌다.

아내인 제시카는 아이의 열을 식히기 위해 딸아이가 신고 있던 양말을 벗겼는데, 그 순간 울음의 원인이 발견됐다. 아기의 두 번째 발가락을 털이 꽉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체모가 아기의 신체 일부를 휘감아 압박하고 있다니…. 선뜻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광경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 스콧과 제시카 부부 역시 이런 증상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 ‘체모압박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털 한 올이 신체 일부를 꽉 조이는 증후군이다. 아기 발가락처럼 연약한 피부를 심하게 조이면 털이 피부로 파고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하기도 한다.

스콧은 미국 언론사 ‘투데이닷컴’을 통해 “체모압박증후군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속수무책인 상황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간호사인 아내가 신속하게 머리카락을 제거하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곤란한 상황을 한번 경험하고 난 스콧 부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자신들처럼 어린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동발달전문가 데비 길보아 박사는 “체모압박증후군은 어린 아이들에게 적지 않게 일어나는 증후군이지만 정작 이를 알고 있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며 “소아학과 수련의들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린 아이가 달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울면 이 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보도록 교육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기는 종종 엄마나 아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이때 빠진 머리카락이 기저귀나 양말 안으로 들어가면 부모가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체모압박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사전엔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마땅히 없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순간 머리카락을 제거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헤어핀처럼 가늘지만 살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지 않은 물건을 털과 피부 사이에 넣어 잡아당기면 된다. 그렇게 해도 해결이 불가능할 땐 재빨리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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