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법 마침내 법제화…“환자 자기결정권 존중”

18년의 기나긴 논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웰다잉법’으로도 불리는 연명의료법이 지난 8일 법제화됐다.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 혐의로 고발돼 유죄 판결을 받은 보라매 사건 이후 먼 길을 돌아왔다. 국회는 이 날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재석 의원 203명 중 202명이 찬성하고, 1명은 기권했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법안에 따르면 담당의사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하기 전에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환자는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본인이 직접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의식이 없는데 사전에 연명치료를 중단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면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만 중단할 수 있다. 이는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늘리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통증완화를 위한 진통제 투여, 영양분과 물, 산소의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가족은 만 17세 이상인 환자의 배우자, 부모와 자녀 등 직계 존비속,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없으면 형제, 자매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 연명의료 중단과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자신의 뜻을 직접 작성한 것이며, 연명의료계획서는 연명의료를 할 생각이 없다는 환자의 뜻을 담당의사가 작성한 문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구체적인 형식을 갖춰야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법이 시행되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가 만들어져 이 곳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하거나 철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법 시행 전 민간단체나 병원에서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기본적인 양식을 갖췄다면 최대한 인정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지정할 방침이다. 연명의료 결정 업무를 수행할 의료기관은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에서 한의사의 참여는 제한된다.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가 심폐소생술 등 네 가지 의료행위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존 법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는 삭제됐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문구가 적시돼 향후 한의학적 시술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며 해당 문구를 삭제하거나, 담당의사에 한의사를 추가해 법적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법 법안의 통과로 말기암 환자에게만 적용돼 온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변 등의 질환까지 확대됐다. 또한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정해 관련 교육과 행사가 진행된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 질환은 내년 7월부터 확대 시행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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