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회상’? 옛날 본 TV프로 다시 찾는 이유

 

신선한 아이템과 획기적인 포맷으로 구성된 TV프로그램이 매년 다채롭게 방영되고 있지만 예전에 즐겨봤던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일 역시 즐겁다. 이미 봤던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다시 보고 싶은 걸까. 여기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우리 뇌는 오래 전 방영했던 TV프로그램을 매개로 향수를 불러오게 된다. 이미 봤던 방송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회상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책을 반복해서 듣거나 읽는 이유도 동일하다.

심리학자이자 ‘천국과 지옥: 감정 심리학’의 저자인 닐 버튼은 미국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무한히 생산되는 다양한 오락물에 모두 접근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편안하고 위안이 되는 방송이나 책은 계속해서 보게 되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향수를 일으키는 TV프로그램은 지난 일이 그립거나 외로울 때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친구처럼 위안이 된다.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좋았던 한 때를 추억하며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닐 버튼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고 따분할 뿐 아니라 때론 부조리하기까지 하다”며 “이럴 때 회상의 시간을 가지면 우리 인생이 항상 단조롭고 시시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이 일으키는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람은 예측 가능한 상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보는 방송보단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것을 다시 보는 행위가 마음을 보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이를 ‘단순 노출 효과’라고 부른다. 특정 대상에 반복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향수를 일으키는 요소가 가미되면 이는 상당히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효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장미빛 회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 자체를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재방송을 본다고 스스로를 시간 낭비하는 사람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려 한다면 문제지만,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즐기는 정도는 정상적인 현상이란 게 버튼의 설명이다. 오히려 미래를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구상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도 평가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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