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 조상들은 왜 팥죽을 먹었을까

 

 

22일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날을 ‘작은 설’로 부르며 새 옷(동지 빔)을 차려입고 팥죽을 쑤어 먹었다. ‘동지팥죽’은 이런 풍습에서 나온 것이다.

팥은 붉은색을 띠고 있어 예부터 질병과 귀신을 쫓는 식품으로 여겨왔다. 붉은색은 귀신이 무서워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액운을 미리 차단하는 액막이를 해온 풍습에서 비롯됐다. 이사를 해도 팥죽을 나눠먹으며 집안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동지팥죽은 팥을 삶아 으깨거나 체에 걸러서 그 물에 찹쌀로 새알만큼씩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이때의 단자를 ‘새알심’이라고 부른다.

팥은 전통음식인 팥죽을 비롯해 떡, 빵, 과자, 팥빙수 등의 앙금과 단팥묵(양갱)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몸에 좋은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외에 미네랄류, 비타민 등의 영양소와 사포닌도 들어있다.

팥의 성분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동짓날에 꼭 팥죽을 먹은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팥에는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이 곡류 중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티아민으로 불리는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팔 다리에 통증이 생기고 심하게 붓는 각기병이 생길 수 있다. 팥의 비타민 B1 함량은 쌀의 4배에 달한다. 비타민 B1은 뇌세포 활동에도 중요하다. 두뇌를 많이 쓰는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다.

팥의 섬유질, 사포닌 성분은 변비 치료에 좋고 포만감을 느껴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 준다. 체내에 수분이 너무 많이 쌓이면 지방이 쉽게 축적되어 살이 찌기 쉽다. 이뇨작용이 뛰어난 팥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팥은 지방이 소화되지 않고 축적되는 현상을 방지해 소화흡수율을 높여준다. 체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바꾸려면 소화흡수율이 높아야 가능하다.

팥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피부의 때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주근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조상들이 팥을 세안용이나 미용에 많이 사용한 이유다. 팥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은 노화, 암 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콜린은 간장의 기능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팥은 췌장과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다른 곡물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혈압조절에 효과적이다. 팥은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생활습관 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혈압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팥이 도움이 되지만 신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팥을 이용한 음식 중 양갱, 단팥빵 등에는 제조과정에서 설탕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당뇨환자나 비만인 등이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팥죽을 먹을 때도 설탕을 줄이는 것이 좋다. 단 맛을 즐기다 보면 웰빙 식품인 팥의 장점이 퇴색될 수 있다.

팥은 구입한 후 냉장 보관해야 해충이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생산기술개발과에서 팥 씨알의 저장 온도에 따른 팥바구미 벌레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21℃에서 100%, 18℃ 3.7%, 15℃에서 3.3%, 12℃에서 1.2%, 8℃에서 0% 등 온도가 낮을수록 벌레 발생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지팥죽으로 대표되던 팥은 갈수록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팥죽, 팥앙금, 팥고물 등 식재료 위주에서 최근에는 건강식품은 물론 다이어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천연염색 소재, 아토피치료제 뿐 아니라 미백효과가 뛰어난 장점을 살려 천연비누, 친환경화장품 등 다양한 미용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어 미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기세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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