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공포? 섬뜩하고 기괴한 여인의 침실

 

배정원의 Sex in art(15)

존 헨리 푸셀리, 『악몽』-잠과 성욕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괴하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침대에 누운 소녀의 하얀 존재, 그리고 역시 하얀 말머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림 속 그리스 여신처럼 흰색 부드러운 잠옷을 입은 소녀는 잠에 빠져 있다. 침대 밖으로 몸의 반쯤이 늘어져 흘러 내려 있어 마치 깊은 잠을 자는 것 같지만, 찌푸린 얼굴을 보니 소녀는 필경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배 위에 천연스레 앉아 있는 반은 악마, 반은 원숭이 같은 괴물과 함께, 침대 뒤로 드리워진 커튼을 비집고 하얀 눈자위를 드러낸 말의 머리가 섬뜩하게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소녀는 깊은 잠이 아니라 끔찍한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끙끙’ 신음소리를 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불편한 자세로 소녀는 꿈에서 자신의 몸을 타고 앉은 악마의 몸무게에 짓눌리며 눈동자가 없는 말의 초점 모를 시선에 쫒기고 있을 것이다.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꿈에서 깨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녀가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 것을 보니 다가가 소녀를 깨워 안고, 그녀의 두근대는 가슴을 안정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 그림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을 휩쓴 환영적 회화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스위스 출신의 영국화가 존 헨리 푸셀리(1741~1825)의 작품 『악몽』이다. 이 시기는 계몽주의에서 신고전주의로 옮겨가는 시대여서 순수한 이상적 형태와 고전적인 단순성, 도덕적인 교훈이 추구되었다. 그때 이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낭만주의적 감각 또한 등장했다.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발견하고 무의식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려는 욕망은 계몽주의적 사상에 반발하면서 이상을 넘어서고자 하는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 시기의 화가들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표현양식에 빠져 들었다.

특히 푸셀리는 환영적인 주제를 상반된 양식으로 표현했는데, 인물들의 육체는 고전모델같이 보였으나, 극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비이성적이며, 악마적이고, 섬뜩하게 그려졌다. 사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낭만적’이라 하는 것은 뭔가 아름답고 설레고 달콤한 것을 의미하지만 실제 이시기의 낭만주의란 섬뜩하고 악마적이며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에 가까웠다. 푸셀리는 셰익스피어와 밀턴같은 영국의 대문호에 영감을 받아 ‘꿈과 악몽’이라는 주제를 작품 속에 녹여 넣음으로써 인간의 깊은 무의식을 분석적으로 연구하고 탐구한 최초의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영혼과 밤의 정령들이 섬뜩하고 기괴한 이미지의 존재로 나타난다.

그림에서 원숭이 모습을 한 악마는 악몽을 불러 온다는 악령 마라임이 분명한데, 이는 북유럽 전설에 따른 것으로 혼자 잠드는 남자에겐 마녀의 자식이나 말이 찾아와 고통을 주며, 혼자 잠드는 여자는 악마가 차지하여 성행위를 한다는 데서 차용됐다고 한다. 잠자는 그녀의 배위에 올라앉은 원숭이를 닮은 악마의 자세는, 악몽을 꾸면 주로 숨을 못 쉬는 가슴의 압박감을 느끼는데 그것의 상징적 표현이다.

또한 여자의 하얀 잠옷은 그녀의 순결을 나타낸다. 그녀를 깔고 앉은 악마의 표정은 이미 여자를 성적으로 차지하여 순결을 잃게 했다는 상징인 것이다. 실제로 여자의 흐트러진 옷, 자세와 표정이 공포에 시달리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적인 쾌락을 즐기는 것 같아 외설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 그림은 1781년 영국왕립아카데미에 전시되어 영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더욱이 이 『악몽』은 푸셀리가 연모하여 결혼하고자 했던 안나 란돌트의 구애거절에 따른 복수의 환상을 그린 그림이라 하니, 참으로 무서운 화가의 복수이다.

누구나 악몽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꿈에서 누군가 죽는다든지, 지진이 일어난다든지, 내가 죽임을 당한다든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나를 쫓아온다든지 하는… 악몽은 슬픔, 혐오, 죄책감, 혼란의 감정을 느낄 때 많이 꾼다고 하는데, 신체공격은 악몽의 가장 일반적인 패턴이다. 꿈의 내용이 격렬하면 잠을 설치거나 잠에서 깨게 된다. 악몽의 테마는 여자와 남자가 달라서, 남자는 주로 지진, 전쟁, 홍수 등 자연재해에 휘말리는 악몽을 여자보다 많이 꾸는 반면, 여자는 대인관계의 갈등이 악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남자보다 2배 이상 많다고 하니 흥미롭다.

그런데 이렇게 악몽을 꾸는 것은 잠을 설치게 해 성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보도되었다. 특히 여자에게는 수면의 질이 성생활의 질에 많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여자의 잠자는 시간의 길이와 질이 성욕과 비례한다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자는 남자와 달라 성욕과 성 흥분의 기전이 단순하지 않은데, 잠마저 성욕과 성기의 감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한 잠을 잔 여자는 다음날 성욕이 더 높을 뿐 아니라, 파트너와 섹스를 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연구결과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성기의 감도도 좋아져서 자극도 더 잘된다고 하니(오르가즘도 잘 느낀다고 하니) 여자에게 더욱 수면의 시간과 질은, 건강하고 행복한 성생활에 직결되는 중요요소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많은 여자들이 출산 후 수유기와 폐경기를 겪으면서 섹스를 자주 거절하고 섹스리스로 가는 이유는 호르몬의 변화와 잠의 부족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를 낳고 육아에 시달리면서 피곤한데다 밤 중 수유나 자주 깨는 아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못자는 것은 수유기의 아내들의 성욕을 떨어뜨리고, 성기의 둔감함을 불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폐경기의 여자들 역시 폐경기의 증상 가운데 하나가 불면증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폐경기를 겪으며 성욕이 줄어 든 것 같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면증 때문일 수 있겠다.

남자의 경우에도 갱년기가 지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잠을 깊게 못자거나(토막잠), 혹은 불면증을 겪게 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잠을 못 자게 되고, 잠을 못 자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잠을 못 자면 정자의 수도 감소하고, 정액의 질도 안 좋아지며 수면발기의 횟수도 줄어든다니 잠을 잘 자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남자에게도 성생활의 건강여부를 결정하는 심각한 일임에 분명하다. 또 분명하게 토막잠은 수면 중 무호흡증의 중요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잠을 잘, 그리고 충분히 자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에게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므로 오늘부터는 7~8시간 이상 씩 푹 자 볼 일이다. 또한 멋진 섹스를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상대와의 친밀감을 높일 뿐 아니라 숙면하는 효과까지 있으니, 최고의 수면제라 하는 멋진 섹스 후에 숙면에 빠져 든다면 어찌 금상첨화라 아니 할 수 있을까!!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코메디닷컴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