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 의료진에게라도 빨리 공개를”

 

국내 병원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병원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데에는 반대하지만, 의료진에게는 서둘러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에 노출 안 된 병원을 보호해 병원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대응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메르스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질환도 치료해야 할 병원에서 환자들이 빠져나가면 병원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기능 유지를 위해 일반인에게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자 스크리닝은 입원 전에 조치돼야 한다. 의료진에게는 환자가 방문한 병원과 입원날짜 등 노출력에 대한 정보가 서둘러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에 노출되지 않은 병원을 보호해 병원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감염관리 전문가들 모두 뜻을 같이 했다.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진의 정보 공유는 감염관리의 원칙”이라며 “일반인 공개 사례는 찾아볼 수 없고, 원칙도 아니다”고 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은 (메르스 환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빠른 메르스 확산 속도를 놓고 불거진 공기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병철 교수는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인 원내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병원 환경 자체가 공기 감염보다 접촉 감염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지금까지 그런 사례도 없고, 매개물을 통해 공기 감염된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일반적 상황에서는 절대 공기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두 번째 병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 번째 병원에서의 환자 감염은 매우 특별한 경우”라며 “비말감염이 아닌데 원거리에서 감염됐다면 원인은 공기와 매개물, 공통 공간 오염 중 하나로 설명돼야 한다. 공기감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3차 감염의 위험성도 명확히 구분해 제시했다. 병원 내에서 3차 감염 이후 4차, 5차 감염은 무의미하며, 무엇보다 지역사회 발병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가 대유행한 중동에서도 지역사회에서 발병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 상황은 병원 내 감염(아웃브레이크)이 다른 병원으로 확산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번지는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노출자에 대한 정의를 애초에 잘못 규정한 것이 빠른 확산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교수는 “첫 발생이고, 경험과 자료도 없으니 광범위하게 노출자를 정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병동 전체 환자를 노출자로 봤다면 지금처럼 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자 긴밀 접촉의 정의를 노출시간에서 노출강도로 보완해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는 2미터 이내에서 증상자와 접촉해야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접촉자와 노출자의 발견을 위한 지역사회 감시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병철 교수는 “현재 감염 관리를 위한 병원 내 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병원 감염이 번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기하학적으로 환자가 증가할 경우 현재 체계에서는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자와 접촉자에 대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손장욱 교수는 “현재 거점병원이라고 해도 격리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거점병원으로 환자를 분산하지 말고, 신종플루 때처럼 한 곳으로 모으는 한편, 119 구급대 등 증상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부분에서의 감염관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휴교령과 외출 자제 등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교수는 “1천명 이상 접촉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격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학원을 폐쇄하고 여행을 못 갈 정도로 병이 퍼진 근거가 없다. 불필요한 두렴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무증상자가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사스와 인플루에 비춰 무증상자의 전파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휴교를 비롯해 모임과 여행의 자제는 현재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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