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금단현상 땐 겁 상실… 경고그림 무용

 

니코틴 부족하면 뇌 편도체 둔해져

최근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지나친 혐오감을 줘선 안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폐 등 신체 훼손을 직접 표현하는 경고그림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법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혐오감을 준다는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실제 경고그림을 확정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런 경고그림 등은 효과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흡연자는 무서운 그림이나 사진을 봐도 공포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이 큰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일 본 대학교 뇌 공포 센터는 흡연과 공포감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흡연자들은 니코틴이 부족해지면 무섭거나 끔찍한 사진을 봐도 겁을 잘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8명의 젊은 흡연자와 같은 숫자의 비흡연자에게 각각 행복한 표정, 섬뜩한 표정, 보통 표정의 사진을 보여 준 뒤 뇌의 반응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포는 뇌의 편도체 부위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편도체의 반응이 커지면 사람은 공포를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실험 초기에는 흡연자나 비흡연자의 편도체 모두 무서운 사진을 보고 비슷한 수준의 공포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자 담배를 피우지 못한 흡연자 뇌의 편도체는 무서운 사진을 보고도 반응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12시간이 지난 뒤 흡연자 편도체는 공포 사진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공포는 유쾌한 감정은 아니지만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공포를 느껴야 위기 상황에서 평상시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섰을 때 오금이 저리는 것은 높은 곳에 있는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뇌가 느꼈다는 증거다.

편도체를 다치게 해 공포심을 없앤 쥐는 고양이와 부딪쳐도 전혀 겁을 내지 않고 태연히 행동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의 편도체는 금단 현상이 시작되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담뱃갑에 병든 폐 사진 등 끔찍한 사진을 실어도 흡연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구팀은 “흡연의 폐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포 사진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팀은 “담뱃갑 공포 사진이 비흡연자가 처음 담배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미국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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