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빈틈없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펼치는 사람일까, 방대한 지식·정보를 쉼 없이 끄집어내는 사람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창한 말솜씨보다는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날 때 의사소통에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9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5년 춘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워크숍에서는 경청과 공감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박용익 부회장은 이날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도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없다면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상적인 의사소통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성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의사소통은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료현장에서 더욱 중요하다. 의료인 중심의 권위적이고 비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환자 중심의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으로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정우 이사(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는 “의료인이 필요한 질문만 하고 정작 환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중요한 사적 정보를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또 환자가 인격적인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불필요한 의료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부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유도 의료인들의 부적절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인 중심의 고압적인 의사소통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이정우 이사에 따르면 ‘네’ 혹은 ‘아니오’로 응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보다는 환자가 충분히 발언권을 갖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열린 질문’이 좋다. 또 환자가 이야기하는 동안 진중하게 경청하며 공감해주는 태도도 필요하다.

경청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내러티브 인터뷰’ 연습이 필요하다. 의료인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훈련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러티브 인터뷰는 인터뷰어(인터뷰하는 사람)가 청자가 되고,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가 인터뷰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의사가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환자가 간단히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혜용 교수는 “인터뷰어인 의사는 주도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인터뷰이인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러티브 인터뷰를 훈련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교과서적이고 표준화된 환자로 보기보다 개별 존재이자 전인적인 인격체로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환자들은 기능인으로서의 의사 능력도 중시하지만 ‘어느 병원 혹은 어느 의사가 친절한가‘를 기준으로 병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환자라는 도식적 관계에서 벗어나 환자를 정서적으로 공감해주고 존중해주는 관계 형성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날 워크숍에서는 정연옥 경동대 간호학과 교수의 지도로 참석자들을 조별로 나눠 내러티브 인터뷰를 직접 실행하고 평가 및 피드백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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