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는 이렇게 사랑을 하거라”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7)

필자의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했습니다. 벌써 경력이 3년입니다. 저와 가끔 스케이트장에 놀러 가서 프리 스케이팅을 탑니다.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이 아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갔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들이 한 여자아이를 의식하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듯 했습니다. 그 여자아이를 보니 예쁘장했습니다. 며느리 삼아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 아이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연습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신중하게 자세를 잡아가면서 스케이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일부러 그 여자아이를 추월하면서 잘난 척 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자기를 봐 주기를 바라는 듯, 추월하고는 뒤돌아보곤 했습니다. 가끔은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아들에게 “저 여자아이 누구냐?” 고 물어보았습니다. “몰라” 저희 아들은 관심 없는 척 했습니다. 속 마음을 들킨 것이 쑥스러웠나 봅니다.

‘남자 자식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용기 있게 가서 말도 걸고 해야지, 바보같이…’ 하는 생각에 아빠가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여자아이는 아버지와 같이 온 듯 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찾아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아들이 댁의 따님에게 관심 있나 봅니다. 아이들끼리 친한 듯 한데, 가족들끼리 식사 한번 하시면 어떨까요?”

제가 갑자기 들이댔는지, 그 아버지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냥 명함을 교환하고 헤어졌습니다. 저도 좀 멋쩍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여자아이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이 좀 경황이 없었다며, 한번 가족끼리 식사라도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날을 잡고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양 가족들은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지만, 말을 못 걸고 주춤 주춤 하다가 다른 남학생에게 기회를 빼앗겼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필자의 아들은 그런 전철을 안 밟았으면 합니다. 여자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웠으면 합니다. 자연스러울 때 부담이 없고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자식 일이 제 뜻대로 될 리야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제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이성교제를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바를 몇 가지 적어봅니다.

1. 이성교제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습니다.

부모들은 흔히들 자녀가 이성교제로 인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성교제를 하는 아이들은 소위 ‘날라리’로 여겨졌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대학 가기 전까지는 이성에 대한 관심을 뚝 끊고 열심히 공부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일수록 이성 친구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냥 공부만 잘 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너드(Nerd: 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 취급을 받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성에게 인기도 있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해야 인정을 받는 듯 합니다.

초등학교 때 이성교재는 길어야 한 달이 못 갑니다. 아직 충분히 서로 감정을 교류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모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이성친구와 저희 집에서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들끼리 교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이성친구가 생기면 집에 놀러 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들이 그렇게 하려면 기존에 아들과 충분한 신뢰가 형성이 되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이래 저래 간섭하는 부모에게 이성친구를 쉽게 소개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양쪽 부모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부모가 인정하는 이성교재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건전하게 사귀게 됩니다. 이성 친구를 함부로 대하려다가도 이성 친구의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성 친구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친구가 고귀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3. 한 명의 이성친구에게 목메지 않고, 다양한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 신화, 에로스와 다프네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프네는 밤마다 찾아오는 에로스와 사랑을 나누지만, 얼굴을 보지 못하는 걸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도 감미로운 사랑에 만족했던 다프네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꾸 의심하게 만듭니다. 얼굴을 안보여주는 것은 괴물같은 외모 때문일지도 모른다면서요.

의심이 점점 심해진 다프네는 하루는 양초를 켜고 잠이 든 에로스의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보고 황홀함에 빠져들었습니다. 거기까지만 하면 참 좋았을 텐데, 그만 촛농을 에로스의 얼굴에 떨어뜨려 에로스가 깨어나게 합니다. 에로스는 약속을 깬 다프네를 떠나버리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믿을 때 사랑은 찾아오고, 의심할 때 사랑이 떠나간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집착이라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집착이라는 감정에 휩싸이면 좀처럼 의지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듯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메시지를 보내놓고 답이 없다고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답이 올 때까지 상처를 받으며 무한정 기다립니다. 상대가 답이 없으면 전화해서 확인하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합니다. 아마도 상대의 답을 기다리는데 목 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거절당하는 것은 아픈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거절당하면 조금만 아파하고, 어떤 사람들은 많이 아파합니다. 많이 아픈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아픈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자기 자신”에게 두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한 명의 이성친구에게 목메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는 이성친구에게 대쉬를 했다가 거절을 당했을 때 많이 아파하지 말고, “너 아니면 여자 없냐?” 하면서 쿨 하게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자존감을 높게 키워야 할 것입니다.

4.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을지 열정적으로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은 리더십이 생기고, 원숙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훈련하기 가장 좋은 때는 연애할 때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웃어주었을 때 그것이 ‘그린 라이트인가?’ 밤 잠 못 자고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강렬하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노력할 때는 다시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아이들은 그래서 이성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췄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성으로부터 인정받는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을 가꿔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현대 사회는 여성이 직장에 진출을 많이 하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직장에서 여성을 대할 때 서툰 사람들이 많습니다. 농담을 건다고 하다가 성희롱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남녀 차별의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필자는 이런 문제가 학교 다닐 때 이성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아이들은 세련된 매너를 가진 매력적인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간섭 없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데 필자 혼자 김칫국 마시고 있는 것일까요?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 이전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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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아들 똑똑해’ 이 말에 담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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