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소비자만 모르는 유산균 ‘정체’

 

박용우의 착한세균 톺아보기(2)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유산균이란 단어가 낯익습니다. 유산균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구요. 그건 요구르트나 치즈를 즐겨먹는 유럽 일부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유산균의 건강상 이득을 적극 홍보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산균 1천억이 들어있다는 요구르트가 출시되었고 회사차원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프로바이오틱스란 단어가 심심치않게 등장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은 같은 의미일까요?

유산균은 영어로 lactic acid bacteria(약자로 LAB)라고 합니다. Lactic acid는 유산(젖산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죠)이니까 유산을 만들어내는 균이란 뜻입니다.

유산균은 당분을 발효해서 젖산을 만들어내는 균입니다. 요구르트가 시큼한 맛을 내는 건 젖산 때문입니다. 산을 만들어내니까 pH가 낮아지게되고 산성 환경을 만들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유산균이란 말은 러시아 과학자 메치니코프가 자신의 저서 <생명의 연장>(1907년)에서 처음 언급했습니다. 불가리아 농민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를 먹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유산균이 들어있는 요구르트를 먹으면 대장에서 독소를 내는 유해균의 증식을 막아 건강에 이득을 주고 장수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유산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루이 파스퇴르입니다. 1857년 알코올 발효과정 중에 유산균을 처음 발견했지요. 메치니코프는 1904년에 불가리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요구르트에서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균을 분리해냅니다.

우리가 유산균이라고 부르는 주요 균종으로는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류코노스톡, 페디오코커스, 스트렙토코커스 등이 있고 막대 모양이나 구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귀에 익숙한 락토바실러스는 락토(lacto-,유산)+ 바실러스(bacillus, 막대모양)의 합성어로 유산간균이라고 합니다. 락토코커스는 락토(lacto-, 유산)+ 코커스(coccus, 구형모양)은 유산구균이라고 합니다.

유산균을 이름 그대로 정의하는 학자는 락토바실러스와 락토코커스만을 유산균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균종을 모두 유산균이라 부르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여기에 비피더스균을 포함시켜 유산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비피더스균은 Y자 형태를 하고 있고 락토바실러스보다 산소에 더 민감합니다. 산소가 없어야 증식할 수 있어서 혐기성세균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에서는 산소가 희박한 대장에 주로 서식하고 있지요. 비피더스균도 아세트산과 젖산이 주요 대사물질이기 때문에 유산균에 포함시켜도 무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장내세균 중 다른 균들은 유산(젖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장균도 유산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유산균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유산 말고도 인돌, 아민, 암모니아 등 몸에 해로운 여러 가지 부패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정리해보면 유산균은 당을 발효해서 유산을 만들어내어 유해균을 억제하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은 생성하지 않는 유익한 세균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프로바이오틱스란 무엇일까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항생제(antibiotics)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겨난 용어입니다. 프로(pro-, 위함)+ 바이오틱스(biotics, 생명)의 합성어로, 항생제가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이라면 프로바이오틱스는 “미생물에서 분비되어 다른 미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1998년, “장내 미생물의 밸런스를 개선시킴으로써 숙주의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가 바뀝니다.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식품과 제품이 전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자 2002년 유엔 FAO/WHO 산하 프로바이오틱스 합동전문가위원회(Joint FAO/WHO Expert Consultation)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정의를

“live microorganisms which, when consumed in adequate amounts, confer a health benefit on the host”(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사람에게 건강상 이득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리하고, 식품이나 제품으로 만들 때에는 기능성과 안전성을 고려하여 비피더스균과 락토바실러스균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속하는 세균은 거의 대부분 앞서 소개한 유산균입니다. 하지만 유산을 만들어내지 않는 일부 대장균과 바실러스균, 그리고 일부 곰팡이(Saccharomyces cerevisiae)도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에 포함시킵니다. 유산균 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인데 일부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유익균”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유산균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내 유익균이라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상업적으로 제품화된 살아있는 유익균”을 의미한다는게 제가 생각하는 개념의 차이입니다(조금 어렵나요?).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들어가야 할 균종은 유산균 중에서도 내산성, 내담즙성, 내열성이 강한 놈들을 특별히 선택해야 합니다.

락토바실러스 균종 중 위산과 담즙산에 특히 강한 놈이 락토바실러스 액시도필러스, 락토바실러스 카제이입니다. 그런가하면 요구르트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는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는 위산에 약해 위를 거쳐 내려가면서 상당수 사멸합니다.

이렇게 균종에 따른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할 때 어떤 균종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2013년 10월에는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국제학회 (International Scientific Association for Probiotics and Prebiotics, ISAPP)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프로바이오틱스의 개념을 재정립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임상시험이나 메타분석을 통해 건강한 장, 건강한 면역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고 알레르기질환 예방, 염증 완화, 피부질환개선, 장-뇌 연결고리 등은 현재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균종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질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르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1) 사람에게서 분리 배양한 균종인가? 2) 충분한 숫자(10억~100억 마리)가 들어있는가?

3) 균종이 다양한가? 4) 가공처리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내열성)

5) 위산에 강한가? (내산성) 6) 담즙산에 강한가? (내담즙성) 7) 장상피세포에 부착력이 뛰어난가? 8) 항생물질을 만들어내는가? 9) 면역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가? 10) 체내 대사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우리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을 찾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겉에 표기된 내용으로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시중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넘쳐나지만 그 효능은 제품마다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확인되었고 그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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