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 운동은 어디로 갈까?

[이성주의 건강편지]여성의 날과 Me Too

미 투 운동은 어디로 갈까?

오늘은 다른 해와 달리 크게 눈길을 끌게 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의 날은 여성 근로자들의 외침에서 시작했습니다. 1908년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한 것이 시발입니다. 의류회사 트라이앵글의 열악한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 140여 명이 화재로 숨지자 여성들이 참다 못해서 들고 일어선 것이지요.
 
1910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노동여성회의에서 독일의 클라라 제트킨의 제안으로 ‘세계 여성의 날’이 채택됐고 이듬해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에서 여성의 참정권, 노동권, 차별 철폐를 내세우며 행사를 펼쳤습니다. ‘세계 여성의 해’였던 1975년 유엔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첫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 ‘여성의 날’은 ‘미 투(Me Too) 운동’과 맞물려 성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 투 운동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이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지속적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지요. 미국에서는 올해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공공단체가 결성돼 13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피해 여성들의 법률 지원과 함께 피해여성의 침묵을 강요하는 기관이나 회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미 투는 권력자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든, 크든 힘을 가진 사람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을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점이 유별해 보입니다.
 
미 투 운동이 권력형 성폭력과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을 계기라는 점에서 ‘위드 유(With You)’의 편에 서는 사람이 많지만, 부작용은 최소화해야겠죠?

성폭력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글들이 흘러나오고, 미 투 운동이 관음증 현상과 섞여 피해자의 정보가 노출되고 있습니다. 가해자 가족도 또 다른 피해자인데 이들의 정보를 노출시켜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고에 의해 생사람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직장에서는 ‘펜스 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평창올림픽에도 왔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성 추문을 피하기 위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절대 단 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직장에서 남자들이 여성과 대화나 만남을 멀리하는 것을 가리키죠. 

프랑스에서는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중심으로 각계 여성 100여명이 미 투의 과도한 현상을 비판하는 ‘농(Non-아니다) #미투’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미 투가 개인적 경험을 공개적으로 기소하고 있으며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서툴게 추근거렸다고 해서 자기변호의 기회도 안 주고 벌로 직장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은 희생자를 미리 정해놓은 정의의 성급한 집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전체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은 듯합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취지를 살려야겠지요.
 
동아일보 사설에서 언급한 대로, 미투 혁명이 ‘포스트 가부장 사회’로 가는 길에서의 진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 투 운동의 둥지에는 음침한 권력의 폭력이라는 본질이 똬리를 틀고 있고 사회의 변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교육의 부재 등이 얽혀 있겠지요.
 
저는 ‘개인의 소중함’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통과의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집단보다 개인의 인격이 더 소중해진다면 많은 성폭력이 사라질 듯합니다. 또 성을 음침한 곳에 방치하지 않고 밝은 곳으로 꺼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드러나는 성폭력은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성문화의 산물이므로 성을 더욱 더 음지에 넣어서는 안 될 겁니다. 성이 밝은 곳으로 나와야 성 폭력 피해자들이 가슴 앓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학교와 직장에서도 명확하고 현실적인 성역할교육 및 성교육을 시켜야 하겠고요.
 
언젠가는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성피해를 이야기하지 않는, 더 이상 미 투가 무의미한 그럴 때가 올까요? 유토피아에 가까운 꿈일까요? 

[오늘의 건강] 봄비, 춘설 내리는 날에

비 내릴 때 왜 감상에 젖을까요? 왜 우울해질까요? 그렇다고 술 마시면 자칫 과음하기 십상. 어떻게 할까요?
 

오늘의 음악

그러께 오늘은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조지 마틴은 제프 벡, 아메리카 등의 음악을 만들기도 했지요. 비틀스의 명곡 두 곡과 아메리카의 음악 한 곡 준비했습니다.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비틀스] [듣기]
♫ Let it Be [비틀스] [듣기]
♫ A Horse with No Name [아메리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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