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 사기, 왜, 어떻게?

어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말기 암환자에게 사기”가 주요 검색어로 떴더군요. 가짜 의사와 한의사가 짜고 암 환자에게 ‘가짜 줄기세포 신약’을 주사하다가 덜미가 잡혔다는 뉴스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분노했지만, 사실 사기꾼들은 절박한 사람을 포획합니다. 절박하면 이성이 마비돼 사기꾼들에게 넘어가기 쉽습니다. 지푸라기도 잡으려는 심정을 노리는 것이지요.
 
어제 뉴스에 나온 사기꾼 외에도 양의 탈을 쓴 그럴싸한 사기꾼들도 적지 않습니다. 의사나 한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고급 사기’를 칩니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내세우면서 자신만의 특정 세포 치료를 한다며 몇 백, 몇 천 만원을 요구하면 십중팔구 사기꾼입니다.

사기꾼들은 돈 냄새를 기차게 맡습니다. 제 지인 중에서 교양과 지성, 인격을 다 갖춘 분들도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의료사기꾼들의 마수에 걸리니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비교적 치료가 잘 되고 있는데도 사기 시술을 받고 고통 끝에 생명을 단축하는 경우도 적잖이 봤습니다.

언론에서 이런 사기를 보도해야 하지만, 의심쩍은 시술을 알리면 온갖 비난은 물론, 법정에 서기 일쑤입니다. 법정에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형벌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판사로부터 모욕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몇 번을 당했습니다.
 
몇 년 전엔 한 의사의 사이비 암 치료법에 대해 고발하려고 했더니,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제가 존경하는 의사가 “더 이상 친구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말리더군요. 회사를 경영하지 않고, 기자로만 있었더라면 모욕과 고생을 감수하고 보도하는 건데, 결국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언젠가 진용이 갖춰지면 사이비 의료와 큰 전쟁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결국 지금으로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중심을 잡는 수밖에 없습니다. 말기 암이나 난치병에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되, 정통과 사이비는 가려야 합니다.

기적은 일어납니다. 제 지인의 어머니는 말기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고 어느 날 갑자기 암세포가 없어지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 분은 냉장고 문을 못 열 정도로 기력이 쇠진했지만, 몇 발짝 걷다가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서서 걷기를 되풀이하면서 억지로라도 운동했습니다. 억지로라도 웃었고, 억지로라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정통 의료에 의지하는 것이 ‘기적의 치료법’에 매달리는 것보다 고생을 훨씬 덜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힘든 사람을 이용하려는 사기꾼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법이 엄정하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솔직한 이야기보다는, 교언영색의 목소리가 더 통하는 얕은 사회이기 때문일까요?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의료 사기꾼 감별법 10가지

몇 번을 소개했지만 또 알려드립니다. 주위의 난치병 환자에게도 꼭 알려주시기를 권하면서….
 
○현대의학으로 단시일 내에 고칠 수 없는 병의 획기적 치료를 주장하면 의료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유명인이나 특정 환자의 치유사례를 내세우며 홍보하는 곳은 열이면 아홉, 의료인이라기보다는 돌팔이라고 보면 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용이 턱없이 비싼 치료는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의료 사기꾼은 자신의 치료법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근거를 물으면 특허, 비밀 등을 내세운다.
○기존 의학의 정설을 전면 부정하고 자신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돌팔이의 단골메뉴는 ‘신비주의’와 ‘현대과학의 음모론’이다.
○의료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탄압하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벨상을 들먹이기도 한다.
○‘법적 대응’을 좋아한다.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도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광고를 많이 하는 의료인,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를 치료했다고 내세우는 의료인은 일단 의심하라. 광고비를 뽑으려고 무리한 치료를 권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들 의료인은 신문의 특집 섹션, 특정 케이블 TV의 대담 프로그램에 자주 나온다.
○외국 명문대 병원의 연수 실적을 내세우는 의사도 의심하라. 이들 병원의 초빙교수, 교환교수였다는 이력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홈쇼핑이나 연예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의료인이라고 명의는 아니다. 의사들은 진료, 연구, 교육 등에 바빠서 다른 데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제 876호 건강편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참조>

오늘의 음악

까마귀 이야기를 했으니 백조 음악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첫 곡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입니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피아니스트 케서린 스톳의 협연으로 준비했습니다. 이어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을 유리 보트나리가 지휘하는 모스코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 백조 [요요마] [듣기]
♫ 백조의 호수 중 정경 [유리 보트나리]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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