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드러난 사실을 부정할까?


“아들의 외할머니의 남편 되는 분이 서울역으로 대통령 퇴진 반대 집회에 가겠다는 것을 말린다고 기진맥진 상태입니다.”

“리모컨을 거머쥐고 종편(종합편성TV)에 고정시켜 식구들의 채널선택권을 박탈하던 아버지가 요즘에는 종편 보도를 왜 이렇게 부정하면서 화를 내는 걸까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20대 중반부터 최태민이라는 사기꾼에게 의지했던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헌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최태민 가족에 의존해 나라를 통치한 것이지요.

대통령이 왜 이상한 인사를 하는지, 왜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을 안 만나는지, ‘설마…’했었는데, 퍼즐을 완성하는 조각들이 찾아진 것이고, 이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조차 허탈감, 충격, 분노에 빠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4~5%는 아직도 시시각각 쏟아지는 보도에 눈과 귀를 닫고 ‘여론’을 비난할까요? 이들이 악행을 일삼는 악인이거나 인숭무레기여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저 주위에 있는 4%를 보면 도덕적으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론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걸까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을 ‘이성적 동물’로 여기지만, 진화심리학의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다음에 이성적으로 추론합니다.

사람의 사고는 논리적, 이성적 사고보다는 심리학에서 ‘확증편향’이라고 부르는 사고가 일상적입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에 맞춰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을 가리키지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이지요.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정도가 심하지요.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수많은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무엇 있느냐?”고 하는 심리상태는 전형적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거꾸로 대통령에 대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소문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도 확증편향이 심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성적으로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세상에 대해서 관조하게 되고 성품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당연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수많은 노인들은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얽힌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4%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고, 스스로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의 문턱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믿습니다. 이 분들이 북한의 위협이 성장과 안정에 가장 큰 장애라고 믿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이들의 삶은 다양한 책을 읽고, 사고하고, 경청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정치권에서 만든 이분법적 사고, 유교문화와 군대문화의 부정적 요소가 무의식에 덧칠돼 완고한 노인의식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4%의 상당수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병적 도피기제의 덫에 갇혀있기도 합니다.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은 ▲중요한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며 닮으려고 하는 ‘동일화(同一化)’ ▲부정적 감각정보를 모르거나 없는 것처럼 부인하는 ‘부정(否定)’ ▲자신과 남에 대한 태도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해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는 ‘분리(分離)’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열등한 부분을 남에게 떠넘기고 비난하는 ‘투사(投射)’ ▲외부의 상황을 내면에 수용하고 사실이라고 여기는 ‘함입(陷入)’ 등의 도피기제로 문제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지금 4%의 상당수가 거기에 거의 해당하지 않나요? 특히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생존, 경쟁이 최우선적이어서 인격 수양에 소홀했던 사람들은 이런 병적 도피기제가 심하지요. 불행히도 4%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4%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피해망상 집단(Paranoid Society)’의 특성도 나타납니다. 북한이 미국제국주의가 침략한다며 단결하면서 외부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단결을 하듯, 민주적 시위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단정하고 뭉치는 것이지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전치(轉置)’로 이어지곤 하는데, 이는 투사의 대상이 이동하는 겁니다. 북한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사람이 야당을 미워하다가 요즘에는 언론을 저주하는 것이 예입니다. 현재 시위 정국을 체제 전복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신념이 강화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저는 4%가 이 글을 읽으면 격분할 것이고 저를 저주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4%를 증오하고 배척할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이 역시 시대의 산물이고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그 ‘확증편향’은 우리 모두의 덫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민주주의 국가는 극소수의 이견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겠지요. 그분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성숙한 인격 아닐까요? 그분들의 사고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 사고의 한계를 찾고, 우리 스스로의 인격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4%의 주장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 생각

주변에 있는 4%에게서 들은 여러 주장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저 스스로는 상식적인 생각이라고 여기지만, ‘확증편향적 사고’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잘못 했나?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를 경영하는 국가원수다. 총리, 장관, 비서, 국회와 늘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의논하고 모든 결정을 법 테두리에서 해야 한다. 헌법적 절차보다는 사적 인사들과 국정을 의논하고 결정한 잘못이 가장 크다. 최순실 일당의 이익을 위해 인사권을 넘겼고 정당한 공무원을 해임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잘못들을 떠나 대통령이 최순실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운영해야 했다면 국가수반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빨리 국정을 재정비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땡전 한 푼 받은 게 없는데 무슨 공범?=형법상 돈을 직접 수취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범죄를 도우면 공범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최태민 일가에게 바치다시피 했다.
○대통령이 미용시술 받은 것이 무슨 잘못인가?=대통령은 24시간이 근무시간이라는데, 근무시간에 미용시술을 받는 직장인은 없다. 더구나 많은 시술을 평일 근무시간에 받았고 세월호 사태 때에도 그랬을 개연성이 높다. 또 시술 자체가 불법이거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다. 개인적으로는 퉁퉁 부은 얼굴보다는 국민을 걱정하는 고민이 새겨진 자연스러운 주름의 얼굴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언론보도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보수언론이 왜 대통령을 비판하겠는가? 그동안 기자들은 대통령의 최태민 일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설마…’하며 보도를 유보했다. ‘황색 저널리즘’의 멍에를 쓴다며…. 그런데 소문들이 사실이었다. 납득이 안 가는 여러 사건들이 ‘최순실 PC’를 통해 설명이 된 것이다. 주요 언론에서는 낭설을 가볍게 보도하지 않는다. 늘 소송과 비판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자체 심의기구가 기사를 검토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보도하지 않는 것들 중에 국격이나 소송 때문에 보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검찰은 지휘계통상 대통령 라인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대통령을 입건한 것은 그만큼 죄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검사들이 수사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낄 만큼 대통령의 언행이 심각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무슨 잘못인지 모를 개연성이 있지만….
○대통령 퇴진 시 혼란을 어떻게?= 충분히 일리 있는 걱정이지만,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 퇴진 일정을 밝히고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빨리 안정을 찾는 지름길이 아닌가?

오늘의 음악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양희은과 전인권의 열창이 화제네요. 많은 사람이 ‘상록수’를 양희은의 노래로만 알고 있지만, 이 역시 ‘아침이슬’과 마찬가지로 김민기의 작품입니다. 김민기의 그윽한 목소리로 ‘상록수’ 준비했습니다. 전인권이 보컬을 맡은 들국화의 대표곡 ‘행진’ 이어집니다.

♫ 상록수 [김민기] [듣기]
♫ 행진 [들국화]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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