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최순실 미망을 버리기 힘든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신정국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순실 미망을 버리기 힘든 까닭

머리가 띵했습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온몸을 후벼 파며 스쳐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부끄러움, 수치감에 문득문득 얼굴이 후끈거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이…, 안절부절못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10월은 잔인했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가위눌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말을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울립니다.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인데, 무당에게 바치려고 하다니….
 
후끈거리는 얼굴, 텅 빈 가슴에 헤매다가 18대 대통령 선거 다음날에 쓴 건강편지를 찾아봤습니다.
 
박 당선인은 또 상당수 시민이 양자토론회를 보면서 ‘저 분이 과연 대통령으로서의 식견이 있느냐’고 의문을 품었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길 빕니다. 대통령의 막중한 업무는 애국심만으로는 잘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세계경제와 한반도정세가 너무나 위태위태합니다.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이번 대통령 당선자는 하루만 기쁘고 나머지 5년이 괴로울 수가 있다”고 한 말을 가슴에 담고 ‘공신’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통령 공부와 국정 준비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공신 운운한 저도 바보였습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공신보다 최 씨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최 씨 일당을 공신으로 여겼던 걸까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는 귓전으로 흘려버리고 차곡차곡 최 씨 사이비 종교의 영토를 구축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수습책을 고민하고 있다지만, 믿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20대에 사이비 종교에 정신세계가 점령됐고 지금까지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지금 갑자기 바뀔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정신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보다는 최 씨의 영토를 더 걱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심장을 점령한 ‘신정 세력’의 반발이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을 것이고…. 스캔들의 끝이 어디까지일지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봅니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기 전, 선미에 뻥 뚫린 구멍을 찾았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에는 언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우병우의 비리를 캐다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수상한 자금 유입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가 청와대의 ‘주필 접대 의혹’이라는 카운트펀치를 맞고 비틀대자, 배턴을 이어서 재단 뒤에 숨은 최순실의 존재를 알립니다. 경향신문은 최순실의 딸과 관련한 보도로 힘을 보탰고 마침내 JTBC 서복현 기자가 문제의 태블릿 PC를 찾아내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을 폭로합니다. 언론은 이념 지형을 떠나서 퍼즐 맞추기로 민주공화국을 점령하려던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보수신문이 진보신문을, 진보신문이 보수신문을 인용하며 민주공화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로부터 시작한 대학생들의 참여에서도 대한민국호의 빛을 봅니다. 대학생들은 일부 정치세력의 개입 노림수를 막고, 민주공화국의 회복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여해서 촛불을 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지한 얼굴에서도 빛을 봅니다. 폭력시위를 막고 경찰을 보호하려는 시위 참여자들의 의연함에서도, 이제 다시는 감정에 휘둘리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지인들의 진지한 목소리에서도 희망을 봅니다. 한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이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호, 침몰하지는 않겠지요? 다시 닻을 올릴 때까지 너무나 아픈 시간이 지나가겠지만….

한 어리보기의 ‘무당 정국’ 해법

순전히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니어서 현실정치에 맞지 않는 옥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여야의 정치 갈등이 필연적인 해결상황에서 비현실적일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비상시국이기에, 비상한 해결이 나와야 할 겁니다. 누군가 참고로 삼아 몇 가지라도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국내각 구성=한 시가 시급하다. 총리 후보로 많은 원로 정치인들이 거명되는데, 이번에 ‘원로정치’의 한계가 드러나지 않았나? 외교 안보 경제를 두루 아는 유승민, 보수를 잘 아는 진보정치인 김부겸, 연정시험에 성공적인 남경필, 행정을 아는 정치인 송영길 안희정 원희룡 등과 같이 합리적인 50대가 총리를 맡고 젊은 내각이 혁신적으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청와대와 대통령=거국내각이 출범하면, 청와대는 철저히 지원 역할에 충실해야 할 듯. 대통령 탄핵은 절차적, 시간적 문제 때문에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개헌 논의=거국내각과 국회가 합의해서 개헌에 들어서야 하고, 가급적 빨리 새 정치판을 짜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새누리당의 미래=빨리 해산하고 정상적인 보수정당을 출범시키는 것도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시급한 일이다. 제 655호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지적했지만 ‘새누리당’이란 이름 자체도 빨리 사라져야 할 듯.
○친박, 진박 정치인=문제를 알면서도 국민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눈을 감은 정치인들은 모두 물러나고 다시는 정치판에 나오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유권자들이 이들을 찍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야 할 듯.
○고발자의 문제=김해호 씨, 박관천 경정 등은 최순실의 비밀을 발설했다가 전과자가 됐다. 이들 ‘고발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도 시급한 듯. 

오늘의 음악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첫 곡은 세상을 떠난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잘 알려진 노래죠? 엘비스 프레슬리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입니다. 둘째 곡은 오늘 라이디오에서 계속 울려 퍼질 노래입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어집니다.

♫ Anything That’s Part of You [엘비스 프레슬리] [듣기]
♫ 잊혀진 계절 [이용]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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