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간 붓는 행동

[이성주의 건강편지]세계 간염의 날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간 붓는 행동

반찬 투정하는 남자, ‘마눌님’에게 말대꾸하는 남자, 마눌님 외출하는데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자…. ‘아재’들은 알겠지만, 한때 ‘간 큰 남자’ 시리즈가 유행했었죠?

    
의학적으로 간은 조직이 파괴되면서 떨어진 기능을 벌충하는 과정에서 커집니다. 얼마 전까지 간이 커지고 붓는다는 것이 곧 삶이 외통수로 몰렸다는 뜻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간 질환의 원인으로 술을 꼽지만, 간염 바이러스가 더 무섭습니다.
    
오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염의 날’입니다. 테러 때문에 몇 십 명만 숨져도 화들짝 놀라지만, 놀라지 마십시오. 간염 바이러스는 매년 140만 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지구촌에서 5억 여 명이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서 ‘간 큰 사람’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건 참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간염에 대한 미신이 횡행했습니다. 간염이 술잔을 돌리기만 해도, 찌게를 함께 먹기만 해도 전염된다는 ‘괴담’이 사실인양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 생겼지요.
    
의료인들과 환자들의 노력으로 ‘간염 환자’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다르므로,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차별이 하나 둘씩 철폐됐지요. 여기까지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겠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일부 ‘바이러스 보유자’들의 간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환자가 아니므로 술, 담배를 가까이 해도 좋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간 큰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간이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으로 실려와 고통 속에서 눈을 감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의학이 급격히 발전해서 B형 간염은 예방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치료도 가능합니다. C형 간염은 환자에 따라 완치도 가능합니다. 두 간염 모두 완치되지 않아도 자신의 간 건강을 챙기면 비명횡사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간 건강을 가볍게 여기는 ‘간 큰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간 큰 행동’에서 벗어나길 빕니다. 간염은 간의 기능이 뚝 떨어지기 전까지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곤 해서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리는데, 또 다른 살인자도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에게 “내가 주는 잔은 괜찮아”라며 술잔을 권하는 ‘친구’들입니다. 친구라기보다는 원수인 셈이지요.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간을 보물처럼 여긴다면 ‘간 때문에’ 자신과 가족이 흘리는 눈물은 줄어들겠죠? 오늘은 바이러스 보유자, 환자, 가족, 친구 모두 ‘간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빕니다,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간 건강 지키기 10계명

1. 성인이면 간 검사를 받아 보자.
2. 간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면 전문적 관리를 받자.
3.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다.
4. 간염은 불치의 병이 아니라 나을 수 있는 병이다.
5. 예방이 최선이다.
6. 만성 간질환은 꾸준히 정기적으로 관리하자.
7. 간염이 있으면 술을 멀리하자.
8. 간에 대한 무관심을 조심으로 바꾸자.
9. 간에 대해 조심하되 근심하지 말자.
10. 혼자가지 말고 함께 관리하여 오래 건강하게 살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  

오늘의 음악

평생 간염 퇴치에 힘쓴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와 함께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들려줍니다. 1943년 오늘은 ‘핑크 플로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던, 리처드 라이트가 태어난 날이지요.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r Crazy Diamond’ 이어집니다.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로스트로포비치-리히터] [듣기]
♫ Shine On You Crazy Diamond [핑크 플로이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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