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성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인성 타령

남의 인성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까닭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류현진이 ‘왕따’ 당하고 있네요. 그러께 언젠가 훈련장에서 어린이 팬들에게 사인을 안 해주고 도망간 것이 뒤늦게 입방아에 오르며 ‘인성 나쁜 야구선수’로 뭇매를 맞고 있더군요.
 
요즘 온라인의 뉴스를 보면 누군가의 ‘인성’을 비난하는 댓글들로 넘쳐납니다. 인성(人性)은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많이 안 쓰던 말인데, 왜 인성 타령이 가득할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인성’은 ①사람의 성품. ②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으로 풀이돼 있더군요. 얼핏, 성격이나 인격 인품보다 넓은 말인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면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인성, 성격, 인격, 인품이 모두 Character, Personality로 같더군요.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은 독특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성격 또는 인격이 형성된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의학에서는 성격이 모난 병을 성격장애라고 하다가, 10여 년 전 기질의 장애만 부각되는 듯해서 인격장애로 고쳤고요. 요즘 경향에 따르면 ‘인성장애’가 더 어울리겠군요.

 
누리꾼들이 인격, 성격이라는 말보다 ‘인성’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은 그러께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지난해 시행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76년 유기춘 문교부 장관이 ‘인성교육’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법으로 만들어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하네요. 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의아합니다. 첫째, 교육의 원래 목적이 이런 것 아닌가요? 왜 지금 인성이 경시되는 교육인지, 뼛속 깊은 반성 없는 인성교육 강화는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요? 둘째, 인성이 정치권과 교육행정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뚝딱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걸까요? 인성은 인간 종에 쌓인 생물학적 요소와 가정환경, 사회 분위기 등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쌓인 결과입니다.

마음과 뇌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겸허함 없이 인성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오만 또는 무지로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인성교육을 선언하고 있을 때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뇌 연구와 연계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집중력, 창의성, 협동심, 배려 등을 계발하려면 뇌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연구해서 실행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는 세계 최초의 인성진흥법이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 강조한 전인교육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제 인성이 잘못돼서일까요?
 
당장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인성 타령’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인성을 어떻게 쉽게 판단할 수가 있을까요? 누리꾼들에 따르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사람들이 ‘인성 좋은 사람’이 되고, 남들의 잣대에 상관없이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사람은 ‘인성 나쁜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속정이 깊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겉으로 공은 주위에 돌리고 자신은 욕먹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은 매도당하기 쉽습니다. 선행을 기획하고, 포장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인성의 사람’으로 평가받고….
 
인성은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최인훈의 소설 《가면고》에 나오는, 선천적으로 선해서 나쁜 일을 못하는 마가녀 공주와 기질은 악하지만 노력을 통해 브라만이 되기를 꿈꾸는 다문고 왕자 중에 누가 훌륭한가요? 또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인성은 대부분 서로 비슷합니다. 남들의 인성을 비난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갖고 있는 부분이지요. 무지할수록 남을 비난하기가 쉬울 따름입니다. 행동을 비난해야지, 인성을 비난하기는 어렵지요.
 
다른 사람의 인성을 쉽게 입에 올리는 것이 곧 ‘인격모독’이고, 스스로의 인성이 얕다는 것을 뜻한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요? 인성이라는 낱말이 중요한 것은 그 단어가 스스로의 내면을 향했을 때이지, 밖을 향할 때가 아니지 않을까요?

인격을 함양하는 8가지 방법

①명상, 기도 등을 통해 감정을 순화한다.
②음악과 미술 등 예술을 즐긴다.
③산, 바다를 찾아 자연과 어울리며 호연지기를 기른다.
④땀 흘리며 운동한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본능적 요소(리비도)가 승화된다.
⑤누군가에게 감사하고, 가능하면 이를 기록한다.
⑥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훈련을 하고 이를 자주 실천한다.
⑦작은 일이라도, 누군가를 돕는 활동을 한다.
⑧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까이 한다. 
-하나도 쉽지 않지만, 하나라도 실천한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장마철에 어울리는 음악이지요?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의 연주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듣겠습니다. 둘째 곡은 우중충한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이지요. 블랙 사바스의 ‘She’s Gone‘입니다.

♫ 여름 [율리아 피셔] [듣기]
♫ She’s Gone [블랙 사바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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