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신이 인공지능과 다른 점은?

[이성주의 건강편지]이세돌의 한 수

사람의 정신이 인공지능과 다른 점은?




첫 판에서는 얄밉더니, 둘째 판에서는 무섭게 다가 왔습니다. 셋째 판에서는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도무지 못 넘을 것처럼, 쑥쑥 높아진 벽이었지만, 그 벽을 넘었습니다. “센 돌” 이세돌이 마침내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탁 트였을 겁니다.
    
일류(一流)는 설령 지더라도 늘 일류의식을 갖고 있다는 서봉수 명인의 말마따나, 이세돌은 일류였습니다. 비록 처음에 알파고를 낮봐서 ‘구글의 덫’에 빠졌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헷갈려 하는데,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입니다. 슈퍼컴퓨터는 말뜻 그대로 연산능력이 뛰어난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업계에서는 성능이 세계 500위 안에 들어가는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부릅니다. 중국, 미국, 일본이 슈퍼컴퓨터 1위 전쟁을 하고 있고, 현재 1위는 1초에 3경3800조 번의 연산처리를 하는 중국의 ‘티엔허(天河)-2’이지요.
    
반면에 인공지능은 사람의 인지기능(학습능력, 추론능력, 자연어 이해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로 구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알파고는 컴퓨터 300대,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에다가 서버 1,000대가 연결된 슈퍼컴퓨터이자 인공지능입니다. 컴퓨터와 장치들을 뇌 신경망과 비슷하게 직, 병렬로 연결하고 연산 과정도 직병렬로 처리하게끔 해서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게끔 한 것이지요. 1997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딥블루가 체스의 규칙과 고수들의 정보를 종합해서 만든 최고의 ‘체스 승리 프로그램’이라면, 알파고는 승리하기 위해서 사람처럼 공부하고, 스스로 전술을 짜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가 계산은 완벽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바둑에서는 경우의 수가 원체 많아서 차후 연산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요순이 어리석은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바둑은 가로세로 19줄에서 10의 170제곱의 경우의 수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알파고도 ‘완전한 계산’은 불가능합니다. 알파고는 한 달에 100만 번의 대국을 소화하며 발전시킨 바둑 실력으로 대국에 임해서는, 초당 10만 번 연산하면서 자기의 실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상대방과의 승률을 계산해서 다음 수를 둡니다.
    
이세돌은 그 좁은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3국 뒤에 몇몇 고수들이 조언한 대로 “우주류”에 답이 있었던 걸까요? 광활한 중원에서는 더욱 더 많은 경우의 수가 펼쳐져 있었기에, 이를 공략했던 이세돌의 작전이 주효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 대표는 이번 대국 때 트위터에 “79수 때 승률 70% 언저리였지만 87수 때까지 뚝 떨어졌다”고 올려놓았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 대국을 계기로 미래과학과 인공지능이 눈앞에 닥친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엄청난 행운으로 보입니다. 인간 본성에 대해서 사유하는 기회가 생긴 것도 큰 복이 아닐까요?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인간 정신의 특성으로 △언어의 사용 △수리 능력 △내성(內省, 자신을 살피는 사고능력)의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만, 컴퓨터의 등장으로 이것을 인간만의 특징으로 삼는 것이 우스꽝스럽게 돼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정신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직관? 통찰력? 암묵지(暗黙知)? 정제된 감정? 집단지성?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걸까요? 인간두뇌에서 150억~330억 개의 뉴런이 펼치는 사람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정말 이런 면에서 “사람다운 존재”일까요?

또 희생된 어린 떡잎을 생각하며

또 소중한 어린이가 희생됐습니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오늘은 ‘어린이 헌장’을 되새기는 하루가 되기를….


①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②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③어린이는 좋은 교육시설에서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④어린이는 빛나는 우리 문화를 이어받아, 새롭게 창조하고 널리 펴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⑤어린이는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받아야 한다.
⑥어린이는 예절과 질서를 지키며, 한겨레로서 서로 돕고 스스로를 이기며, 책임을 다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야 한다.
⑦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는 마음과 태도를 길러야 한다.
⑧어린이는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⑨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⑩몸이나 마음에 장애를 가진 어린이는 필요한 교육과 치료를 받아야 하고, 빗나간 어린이는 선도되어야 한다.
⑪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
    
<1957년 마해송 강소천 등이 발표. 1988년 보건사회부가 수정 공포>

오늘의 음악

1804년 오늘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태어난 날이죠?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올해 신년 공연으로 ‘라데츠키 행진곡’ 준비했습니다. 이어서 앙드레 류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합니다.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입니다.

♫ 라데츠키 행진곡 [마리스 얀손스] [듣기]
♫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앙드레 류]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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