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출신의 의사가 제자들에게 던진 명언

[이성주의 건강편지]천출 의사 박서양

백정 출신의 의사가 제자들에게 던진 명언

지금의 서울시 은평구는 1949년까지 경기도 고양군 은평면이었습니다. 1940년 오늘 은평면 수색리의 한 가옥에서 극적인 삶을 산 위인(偉人)이 숨을 거둡니다.

    
백정의 신분으로 국내 첫 의사가 됐고, 교육자로 숱한 지식인을 길러냈으며 만주 벌판에서 독립군 군의관으로 활약한 박서양입니다.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의 주인공 황정(박용우 분)의 모델이지요.
    
박서양의 아버지 박성춘은 장티푸스에 걸렸다가 (지난주에 소개한) 올리버 애비슨에게 치료를 받고 살아납니다. 그는 다른 백정들과 함께 기독교에 귀의하고 장로가 됩니다. 박성춘은 애비슨에게 아들의 제중원의학교 입학을 간청합니다. 애비슨은 처음엔 박서양에게 교육 대신에 병원의 허드렛일만 시켰지만, 제자가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자 비로소 의학서를 건넵니다. 제자가 신분의 한계를 이기고 끝까지 의사의 길을 갈 수 있을지 시험한 것일까요?
    
박서양은 낮에는 서양 의사들을 돕고 밤에는 공부해서 제중원의학교를 졸업, 국내 첫 의사가 됩니다. 그는 세브란스의전과 세브란스간호원양성소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중앙학교, 휘문학교, 오성학교, 승동학교 등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쳤습니다. 1917년 만주 길림성 용정으로 이주해 구세의원을 열고 독립운동의 기지 역할을 했던 숭신소학교를 세웁니다. 동아일보 간도지국의 특파원 겸 지국장 역할도 합니다. 그는 일제가 숭식소학교를 폐교시키자 귀국해서 고향의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그의 삶은 철저히 묻혀 있다가, 연세대 해부학교실 박형우 교수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습니다.
    
박서양은 시대를 앞선 지식인이었지만 늘 ‘백정’이라는 낙인과 함께 해야만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대접을 못 받았으며 만주로 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백정(白丁)은 아시다시피 조선시대 도살, 고기 판매, 목공예 제조판매 등을 종사하던 천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삼국시대에서부터 고려시대까지 한반도로 들어온 말갈, 거란족이 뿌리입니다. 고구려, 발해의 협력자 그룹이므로 신라 중심 역사의 애꿎은 피해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고려에서는 양수척(揚水尺)이라고 불렀는데, 유목민 기질의 집단이어서 골칫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고려 때 거란이 침범했을 때에는 길라잡이 역할을 했고, 왜구를 가장해서 민가를 습격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다양한 융화책을 펼쳤지만, 양반 중심의 조선의 민간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참고로 양수척에 고려시대 일반 백성을 가리키던 백정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융화정책의 하나입니다. 백정으로서는 주류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채 양반들이 꺼리는 일들을 하면서 생존했지만, 멸시받고 배척받으며 결국은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백정 마을이 요즘의 ‘외국인 거주촌’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요? 요즘 온라인에서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글들을 무척 많이 보게 됩니다. 이민을 금지해야 한다,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 불법체류자의 자녀에게 무슨 교육이냐…. 전국의 외국인 거주촌이 재앙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가끔씩 만납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한민족=단일민족’이 신화일 뿐이라는 게 밝혀진지 오래이지요. 이민 정책의 고갱이는 허용이냐 금지냐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박서양의 존재는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는 물리와 화학을 강의할 때 양반 자제들이 신분을 문제 삼자, 백정 출신임을 밝히고 이렇게 호소했다고 합니다.
    
“내 속에 있는 500년 묵은 백정의 피를 보지 말고 과학의 피를 보고 배워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아이 키우기

①아이에게 키, 외모 등과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키, 외모 등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획일적 가치다.
②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놀도록 장려한다. 두뇌와 사회성을 함께 키울 수 있다.
③자녀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토론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고전을 많이 읽게 한다.
④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한다.
⑤아이들에게 부모의 가치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⑥스포츠와 예술 활동을 좋아하도록 이끈다.
⑦명상이나 요가, 단전호흡 등을 함께 한다.
⑧이전에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 아님을 알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제 318호 건강편지 ‘시카고의 대통령’ 참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1978년 오늘 태어난 이루마의 서정적인 피아노 곡 ‘Maybe’와 ‘Love’를 연속해서 듣겠습니다. 이어서 2월의 한가운데, ‘꽃샘추위’ 속에서 조시 그로반의 ‘February Song’(2월 노래) 준비했습니다.

♫ Maybe + Love [이루마] [듣기]
♫ February Song [조시 그로반]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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