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은 급성장했는데 왜 더 아프다고 느낄까?

“投良濟堯帝時巫咸”(투량제요제시무함) “좋은 약을 짓는 것이 요나라 황제 때의 무함이구나!”라는 뜻이지요. 오른쪽의 “宜丕信 大人 閣下”(의비신 대인 각하)에서 의비신은 올리버 애비슨을 가리키고요.
    
고종이 자신의 피부병을 치유한 애비슨에게 하사한 족자입니다.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이 족자가 어제 문화재로 등록됐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의 명의들을 보면, 타임머신이나 외계인의 존재를 가정하게 됩니다. 무함은 무당이자 의사였는데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고 사람의 생사를 알았다고 합니다. 주나라 때 전설적 의사 편작은 인체의 속을 투시했다고 하지요. 한나라 때 화타는 평소 침과 뜸, 약으로 치료하다가 필요할 때에는 외과수술을 했다고 하고요.
    
어쩌면 한말의 서양의사들도 당시로서는 신의(神醫)였는지도 모릅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병들을 귀신같이 치료했으니….
    
애비슨은 영국 요크셔 출신으로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 의대를 졸업한 수재였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며 시장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잘 나가는 의사’였는데, 선교모임에서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를 만나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애비슨은 언더우드로부터 “조선 선교” 제안을 받고 망설이지 않고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 몸을 실습니다. 

애비슨은 고종으로부터 제중원의 운영권을 받아서 병원건물을 신축하고 미국인 사업가 루이 세브란스의 기부를 받아 ‘세브란스 기념 병원’을 짓지요. 제중원 의학교를 세브란스병원 의학교로 발전시키고요. 그는 언더우드의 뒤를 이어 연희전문학교의 전신인 조건기독교학교의 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애비슨도 구한말 사람들의 눈에는 무함, 화타, 편작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면서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했지요. 수명도 두 배 이상 늘었고, 웬만한 병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유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옛사람들이 신의로 칭송할만한 의사들이 병원마다 넘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건강한 삶’에 감사하지 못할까요? 아무리 수명이 늘어도 병을 피할 수 없는 숙명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욕심과 기대’가 의학의 발전보다 더 빠르기 때문일까요?    

편작도 치료할 수 없는 여섯 종류 환자

병은 의사가 고치지만, 아무리 명의라도 고칠 수 없는 환자가 있습니다. 결국 병은 환자가 만들고 환자가 고친다고 해야 할까요?
    
①환자가 교만, 방자하여 자신의 병은 자신이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
②재물이 아까워 자기 자신의 몸보다 우선시하는 환자.
③먹고 입는 것에 적절함을 잃어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는 환자.
④음양의 평형이 깨어지고 전체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 -술, 담배, 스트레스 등으로 온몸이 한꺼번에 망가졌을 때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치유할 수 없다. 
⑤명약을 받아들일 기초체력이 없는 환자. -아무리 힘든 투병 때에도 운동을 하고,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어야 한다.
⑥무당의 말을 신뢰하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 -요즘에는 인터넷에 무당의 말이 넘치고 넘친다.
    
<사기 편작열전 중 ‘육불치’>

오늘의 음악

오늘은 연세대 의대 출신 의사들의 노래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째 곡은 정신과 의사 김창기가 속한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입니다. 둘째 곡은 김창기 원장의 선배인 이범용과 한명훈이 MBC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꿈의 대화’입니다.

♫ 널 사랑하겠어 [동물원] [듣기]
♫ 꿈의 대화 [이범용 한명훈]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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