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논란에서 짚어봐야 할 것들



‘가짜 백수오 논란’에 코스닥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네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의혹 때문에 사흘 새 코스닥 시가총액 6조가 증발됐다고 합니다.

저는 ‘백수오 파동’에서 돈만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볼 수밖에 없어 씁쓸합니다. 상당수 언론은 준정부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실시한 검사결과와 기업의 반발을 동격으로 취급하면서 ‘논란’에 서려있는 여러 현상을 간과하고 있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언론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데….

이번 ‘백수오 파동’의 장본인인 내츄럴엔도텍은 원래 유전자 운반체를 응용한 사업 등 생물, 물리, 화학 분야의 연구개발을 하겠다고 설립한 바이오벤처입니다. 이 회사는 특허와 수상 경력 등으로 언론을 타더니 건강기능식품으로 ‘대박’을 쳐서 한때 시가 총액 1조60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코스닥 10위 안에 들었지요. 투자가들은 ‘제2의 내츄럴엔도텍’을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진실하게 일하는 상당수 바이오 벤처의 임직원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우리나라 투자시장의 ‘바이오 열풍’은 도둑 심보가 낳은 기현상이라고 봅니다. 2000년대 초 의학기자 시절 외국의 연구동향들을 살피다가 중국의 생명과학 투자 규모에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학에 대한 기초투자에서 미국은 차치하고 일본, 중국보다도 훨씬 떨어집니다. 생명과학의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없이 산출물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포장과 마케팅에 능한 회사가 우량회사가 되기 십상이고, 눈앞의 돈을 가져다주는 기업에 열광하지요.

이에 따라 투자시장에서 ‘헬스케어 기업=바이오 기업=약 또는 식품 기업’으로 통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구글, 애플, 퀄컴 등이 주도해서 디지털 헬스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 산업은 의료 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정보를 공개하고 교류해서 건강의 수준을 올리는 ‘헬스 2.0’ 문화 위에 HIS(병원 정보 시스템), PHR(개인건강관리), 유전체 및 유전자 분석, 바이오센서, 빅 데이터, IoT(사물통신) 및 착용 컴퓨터 등이 수렴되는 미래 의학 영역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투자시장에서는 당장 눈앞의 돈만 쫓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려는 헬스케어 기업은 ‘백일몽 속의 회사’로 치부됩니다.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내일이 암담합니다.

무엇보다 백수오가 돌풍을 일으킨 과정도 짚어봐야겠지요. 온라인 사전에 따르면 백수오는 은조롱, 큰조롱이라는 식물의 덩이뿌리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기존의 여성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유방암과 심장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우리나라 식품계가 술렁댔습니다. HRT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 나오면 ‘대박’을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백수오가 등장했습니다. 홈쇼핑 채널에서 Y, K 등 ‘쇼 닥터’들이 이 상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했고 백수오는 ‘의사가 보증하는 과학적 상품’으로 포장됐지요. 그러나 펍메드 등 해외논문 사이트를 검색해도 백수오의 효능에 대한 논문은 거의 없습니다. 과학의 승리가 아니라 포장과 마케팅의 승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만난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백수오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습니다. ‘위약 효과’일 가능성이 크며, 효과가 있더라도 상품에 들어간 당귀, 황기 등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급기야 대한한의사협회도 남용을 경고하고 나섰지요. 이 와중에 백수오 자체의 진위 논란까지 터진 것이지요. 그러나 언론은 국민 건강보다 돈만 짚고 있습니다. 주가 떨어진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언론사 선배가 “미국에서는 화성에 인류를 보내려는 기업가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성완종 사태를 보면 아직 대한민국은 1997년 정태수의 한보상태에서 한발 짝도 못나갔다”고 개탄하던데, 동감합니다. 세월호 사태도 사람들이 돈만 좇고, 돈이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믿어서 생긴 것 아닌가요? 과학과 의학의 영역에서도 대한민국은 ‘황우석 사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천박한 황금만능주의, 얕은 자본주의의 미몽에서 깨어날 수가 있을까요?

위대한 기업가들의 정신

○앨론 머스크, 인류의 환경파괴를 우려해서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려고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화성 이주 전에 지구가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와 환경에너지 회사 솔라시티를 만들었다.
○고 스티브 잡스의 꿈은 사람들이 부에 관계없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PC의 보급에 성공했지만 애플에서 쫓겨난 뒤 만든 넥스트 사는 ‘컴퓨터를 통해 교육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모토였다. 넥스트 사는 부도직전까지 갔지만, 애플에서 무료 책과 동영상 등을 통해 이 꿈을 실현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인간의 뇌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새 인지 시스템을 종착역에 두고 구글을 만들었다. 기업의 슬로건은 “사악해지지 말자.” 구글은 최근 근로자를 착취하는 기업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 “30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고 유용하게 만든다”고 구글의 꿈을 승화시켰다.
○일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네가 전기통신사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것은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인가? 회사나 자신의 이익을 꾀하고자 하는 사심이 섞여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혹시 과시하려는 것은 아닌가? 정녕 그 동기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라고 늘 되새겼다.

오늘의 음악

건강편지가 1,000회를 앞두고 있으니 로스트로포비치가 세상을 떠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됐네요. 로스트로포비치의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 1악장 준비했습니다. 1891년 오늘 세상을 떠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중국 피아니스트 왕유자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루체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준비했습니다.

♫ 하이든 첼로협 1번 1 [로스트로포비치] [듣기]
♫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 3번 [유자 왕]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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