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충무공의 정신이 필요한 때

[이성주의 건강편지]서해와 충무공

지금은 충무공의 정신이 필요한 때

나라가 비탄에 잠긴 채 우왕좌왕하니 영웅이 더욱 더 그립습니다. 서해의 그 바다를 외롭게, 의롭게 지키던 영웅이. 1545년 오늘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린 그 영웅, ‘23전 23승’의 세계 전사에 길이 남는 장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충무공은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31세에 무과로 공직에 오릅니다. 이에 앞서 4년 전 별과에 응시했을 때 낙마해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다친 다리를 싸매고 과정을 마친 것은 유명한 일화이지요.

충무공은 상사의 의롭지 않은 지시에 반대해서 숱한 고초를 겪습니다. 한직에 물러나기도 하고 때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요. 그러나 원칙을 지켰습니다. 인사 담당 부처의 말직에 있을 때 이조판서였던 이이가 보자고 했을 때 “같은 가문(덕수 이씨)이므로 만나도 좋겠지만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니까 만날 수 없다”고 고사하기도 했지요. 병조판서가 사위로 삼으려고 하자 “세도가에게 발을 붙일 수 없다”고 물리쳤지요. 아, ‘세월 호 참극’에서 몇 사람이라도 충무공 같이 원칙을 지켰더라면….

충무공은 임진왜란에서 임금의 의심과 조정의 모함, 부족한 군량미와 장비로 연전연승했습니다. 왜군 간첩의 계략에 넘어간 임금과 신하들에 의해 파직돼 서울로 압송돼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가 백의종군의 명령을 받고 풀러났지요. 이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에 충성을 다했건만 죄가 이미 이르렀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려 하였건만 이미 돌아가시고 말았구나”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충무공은 명량해전에서 13척의 배로 333척의 왜군을 무찌릅니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는 전과지요. 공은 해전 전날 하루 전에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라는 글귀를 남깁니다.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고, 살려고 꽁무니를 빼면 죽는다는 뜻이지요.

공은 노량해전에서 적군의 총탄을 맞고 “싸움이 한창 급하니 부디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숨을 거둡니다. 향년 54였습니다.

충무공에 대해서는 적국 일본에서조차 칭송합니다. 사실관계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군신(群神)으로 추앙받는 도고 헤이하치로도 평소 충무공을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해전사 전문가 가와다 이사오는 ‘포탄 잠재우기’라는 책에서 “도고가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면 그 발가락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순신에게 넬슨과 같은 거국적 지원과 풍부한 무기와 함선을 줬다면 우리 일본은 하루아침에 점령당했을 것”이라며 “대단히 실례인 줄 알지만 한국인들은 이순신 장군을 성웅이라고 떠받기만 할 뿐, 그 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는 우리 일본인보다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의 작가 시바 료타로는 “이순신은 당시의 조선관리 가운데 유일하리만치 청렴한 인물이었고 지휘통솔력, 전술능력, 조국에 대한 충성, 용기에 있어서도 기적과도 같은 이상적인 군인이었다”며 “세계 역사에 이순신만한 사람은 없었다”고 칭송했습니다. 역사가 아리모토는 “세상의 모든 영웅은 우러러 보이지만 이순신은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며 “기독교인인 내게 이순신은 십자가를 선택한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조지 알렉산더 발라드 장군은 “영국인으로서 넬슨과 견줄만한 사람을 인정하긴 어렵지만, 만약 그런 인물이 있다면 바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동양의 위대한 해군 사령관 이순신 장군 뿐”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일본의 역사가 아리모토는 “이순신은 십자가를 선택한 예수와도 같은 분”이라고 평가합니다.

충무공은 최고의 위인이고, 요즘말로 풀이하면 프로 중의 프로였습니다. 어쩌면 인류 역사 최고의 프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성웅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배워 실천한다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그 정신을!

충무공에서 배우는 10가지 자세

①집안 탓을 하지 말라=충무공은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가에서 자랐다.
②좋은 학교,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충무공은 첫 과거에 낙방하고 32세에 겨우 과거에 붙었다. 그리고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아다녔다.
③윗사람 탓을 하지 말라=의롭지 못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으며, 임금의 끊임없는 의심으로 옥살이까지 했다. 선조는 “임금을 몰라보니 마땅히 죽여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④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 47세에 해군제독이 됐다.
⑤조직의 지원이나 자본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라=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어 풍부한 물자의 왜군과 싸워 연전연승했다.
⑥끊임없이 공부하라=전략과 전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첫 번째 나간 해전에서부터 연승했다.
⑦정보를 모으라=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어떤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⑧유혹에 흔들리지 말라=승진욕, 금전욕, 명예욕 등 욕심이 큰 뜻을 망가뜨린다.
⑨결정은 명쾌하게 하라=상벌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리더십이 흔들린다.
⑩공을 탐하지 말라=충무공은 모든 공을 부하에게 돌렸고 장계의 맨 끝에 이렇게 썼을 뿐이다. “신도 싸웠습니다.”(臣亦戰)

<김덕수의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와 지용희의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난다’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연주곡 세 곡 준비했습니다. 요란하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Libertango,’ 게오르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 폴 모리아의 ‘Toccata’가 이어집니다.

♫ Libertango [아스트로 피아졸라] [듣기]
♫ 외로운 양치기 [게오르그 장피르] [듣기]
♫ Toccata [폴 모리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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