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만난 하늘에 계신 스승

[이성주의 건강편지]페이스북의 고인

페이스북에서 만난 하늘에 계신 스승

SNS에서는 나이와 신분이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와도, 딸과도, 회사 신입사원과도 친구가 됐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날 생일인 사람의 이름이 뜨는데, 가급적 축하 메시지를 보냅니다. 어제 한 분의 이름이 올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고창순 선생님이었습니다.

고창순 선생님과 저는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됐습니다. 서로 누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만나본 적은 없었는데, 페북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지요. 선생님은 코메디닷컴의 창간기념식에 오셔서 건배사를 통해 “돈보다 공익성을 내세우는 회사여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면서 회사의 ‘큰 발전’을 기원했습니다.

선생님은 강한 사람입니다. 일제 치하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거부하다가 근신 처분을 받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무엇보다 26세의 나이에 대장암 수술을 받고 페니실린 쇼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극복했습니다. 50대 초반에 십이지장암, 60대에 간암에 걸렸지만 모두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암 환자에게 용기를 주는 책을 펴냈고 암 희생을 줄이는 운동을 펼쳤지요.

선생님은 학문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33세에 한국원자력원 방사선의학연구소 실장에 취임해 방사성동위원소 진단, 치료를 국내 도입했습니다. 38세에 서울대 의대 내과로 자리를 옮겨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로 핵의학과 갑상선학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선생님은 또 의용생체공학, 의료정보학, 노인의학, 호스피스완화의학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고인은 47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대병원 제2부원장에 취임해서 서울대병원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선생님은 향년 81세로 별세하시기 전까지 저희 회사의 최고고문으로서 투자 유치에도 힘썼습니다. 파킨슨병 때문에 발음이 불명확해져 사람들에게 저희 회사의 미래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인의 결정적 도움으로 크게 성장한 회사가 선생님을 문전박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에는 제가 죄인이 된 듯했습니다.

선생님은 고열 때문에 병원과 댁을 오가면서도 병실로 저를 불러 투자 자문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료정보학이 저희 회사를 통해 실제 구현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던 듯합니다. 심신으로 힘드실 때 짐이 됐고, 아직 선생님의 꿈을 실현하지 못해 가슴이 무겁습니다. 올 6월 10일 코메디닷컴 7돌 기념식에서는 선생님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듯합니다.

어제 페이스북에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꿈을 이루겠다는 다짐도요. 페이스북에서는 아직 ‘친구’인데 친구의 뜻만 남아있습니다. 그 뜻은 ‘의학과 의료정보의 혜택이 환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 가치가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선생님께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SNS가 하늘과 현실을 이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암을 이기는 생활요법 10계명

○식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못 먹으면 암에게 진다.
○꼼짝 않고 누워있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움직인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억지로라도 운동을 한다.
○일은 가능할 때까지 하고 직장은 가능할 때까지 다닌다.
○고통은 살아있음의 징표로 여기고 감내한다.
○억지로라도 웃는다. 웃음은 1등 항암제다.
○슬플 때에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내 운다.
○현미나 잡곡밥을 먹고 채소는 소스 없이 고유의 향과 맛을 느끼며 먹는다.
○육류, 생선, 채소, 수산물을 골고루 즐긴다.
○과식하지 않고 패스트푸드, 튀긴 음식은 멀리 한다.

<고창순 선생님의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말라’에서>


오늘의 음악

오늘은 힘든 누군가를 생각하며, 몇 달 동안 여러분이 좋아하셨던 음악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정경화가 연주하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이어집니다.

♫ Bridge Over… [사이먼 앤 가펑클] [듣기]
♫ 너무 아픈 사랑은 [김광석] [듣기]
♫ G선상의 아리아 [정경화]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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