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연아! 그대가 금메달입니다



빙판을 감돌던 여왕이 ‘무대의 한복판’으로 가만사뿐 옮겨 비스듬히 멈추자 모두가 숨을 죽였습니다. 마른침을 삼키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여왕은 자신을 위한 음악을 기다렸습니다.

‘아디오스(안녕) 노니노!’
아르헨티나의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며 지은 탱고 곡.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탱고의 기쁨이 곁고트는 명곡입니다. 아픔과 생기,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서로 겨루듯 갈마들고 때로는 서로 섞여 함께 울리는, 여왕만이 은반에서 다룰 수 있는 음악이지요.
어제 쇼트 프로그램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에서 ‘왕관을 보내주오(Send in the Crowns)’를 떠올린 것처럼, 오늘 음악에서는 여왕의 마지막 결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반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여왕을 밀어내자 슬픔과 기쁨도 한 데 뒤엉켜 미끄러져 나가는 듯했습니다. 연아, 정말 음악을 탈 줄 아는 선수이지요? 악보 위의 음표처럼 연기를 펼치는 것 같지 않던가요? 피아노 검은 건반을 통통 튀듯이, 흰 건반을 한꺼번에 훑듯이 은반과 음악을 서로 녹였습니다.

트리플러츠, 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시작해서 가량가량한 몸매로 펼치는 점프와 회전은 높고 힘찼습니다. 벌, 꽃, 새…, 어떤 생물로도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경쾌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김연아는 김연아일 따름이었습니다. 피아노의 힘과 반도네온의 애절함을 번갈아가며 표현하는 몸짓이었습니다.

4분10초가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가고 여왕이 멈춰 허공을 말끄러미 바라볼 때 목구멍에 눌러뒀던 경탄의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비록 심판은 금메달을 빼앗아갔지만, 세상은 인정 할 수밖에 없는 완벽함이었습니다. 쩍말없는 연기, 천의무봉의 예술이었습니다.

여왕이여, 이 아름다움을 보게 해서 감사합니다. 보고 또 봐도 그대가 금메달이었습니다. 언제까지 봐도 질리지 않을 아름다움! 이 황홀경에 금메달을 빼앗은 세상의 욕심이 미안할 따름. 이 아름다움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건가요? 그래도 행복했어요. 오, 아디오스 여왕, 아디오스 연아!

스포츠맨십 생활에서 응용하기

금메달은 아쉽지만, 연아는 끝까지 1인자였습니다. 금메달보다도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연아의 스포츠맨십이 빛났습니다. 그렇기에 연아의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더 빛납니다. 지구촌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하리라고 믿습니다.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지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국민이 메달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포츠맨십이 국민 마음에 녹아드는 듯해서 한 편으로는 뿌듯합니다. 우리 삶을 성숙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맨십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①매사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실전’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환경 탓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8등, 10등도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히 아름답다. 이규혁과 이승훈 등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연아의 은메달이 ‘논란 속 금메달’보다 훨씬 값진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②경기 규칙과 심판의 판정을 인정한다.
-심판의 오심은 대부분 삶에서 닥친 예기치 않은 불운과도 같다. 그러나 삶이 진정 아름다운 것은 불운을 탓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서 나중에 더 큰 성취를 하는 것이다. 오늘 억울한 경우를 당하면 내일에는 상대방이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쇼트 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똑똑히 봤다. 심판의 판정이 잘못돼도 세상은 무엇이 옳은지 안다.
③사회적 예의를 지켜야 한다. 승자도, 패자도 서로 악수를 하고 상대편의 뛰어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2등을 무시하는 1등은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④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했지만 불운에 빠진 약자를 도와줘야 한다.
⑤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장비를 빌려줘야 하고 상대방의 부상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경주 최 부자’는 흉년에 남의 땅을 가로채지 말라는 가훈을 갖고 있다.
⑥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킨다. 승리자가 패배자를 깔봐서는 안 되고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만 경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한 선수의 일탈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삶에서도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성공한다.

<제 293호 건강편지 ‘스포츠 정신’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사용한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쇼트의 배경음악 ‘Send in the Clowns’는 뮤지컬 ‘Little Night Music’(소야곡)에 나오는 음악이지요. 카르멘 모나카와 미루시아 루웨세가 앙드레 리우 공연에서 부릅니다. 프리의 배경음악 ‘Adios Nonino’는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반도네온을, 파블로 지글러가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마지막으로 피아졸라의 음악 한 곡 더 준비했습니다. 헝가리의 일레니 남매가 ‘Libertango’를 연주합니다.

♫ Send in the Clowns [카르멘 & 미루시아] [듣기]
♫ Adios Nonino [아스토르 피아졸라] [듣기]
♫ Libertango [일레니 남매] [듣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