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버려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이생진의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전문

어제 서울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눈 같은 눈이 왔다고 술렁입니다. 그러나 제 눈 앞의 눈은 눈 같지가 않았습니다. 허공에 한 동안 눈발이 휘날렸지만,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렸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잿빛이었으니, 백설의 세상이 아니었으니, 눈같은 눈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눈도 여러 이름이 있지요. 눈인지 비인지 헷갈리는 ‘진눈깨비,’  가랑비처럼 조금씩 잘게 내리는 ‘가랑눈,’ 함박꽃잎처럼 굵은 눈송이의 ‘함박눈,’ 한 길이나 되게 쌓이는 ‘길눈’…. 밤새 사람들 모르게 내리는 눈을 ‘도둑눈,’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눈을 ‘숫눈’이라고 부르는 것, 아시지요? 어제 서울에서는 진눈깨비가 내렸지만 다른 곳에서는 함박눈도 내렸다는군요.

오늘도 남부 일부 지역에서 눈이 내립니다. 올 겨울에는 예년보다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이런 날씨에는 정형외과가 낙상 환자로 붐비기 마련입니다.

낙상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갑을 끼고 걷는 것입니다. 추위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보면 만일의 사태에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낙상은 골병을 들게도 하지만,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장갑을 끼면 걸음걸이가 활발해져서 건강에 좋습니다. 이와 함께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합니다.

올 겨울 꼭 명심하세요. 길이 미끄러워지면 꼭 기억을 꺼내세요. 그 기억이 이렇게 외치는 것에 귀기울여 주세요. 주머니에 손 넣지 말고, 장갑 끼고 다니자!

겨울 미끄럼 사고 예방법

●반드시 장갑을 끼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외출한다. 하이힐은 피한다. 미끄러지지 않는 신이라면 가장 좋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그러지 않도록 조심한다.
●노인은 적절한 보호패드를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낙상에 대비해야 한다.
●미끄러져 특정 부위의 통증이 계속 되거나 움직일 수 없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차렷 자세 때 손이 닿는 부위의 고관절이 골절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진 뒤 머리를 부딪치고 나서 두통, 어지럼증, 집중장애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주위의 사람이 넘어져 의식을 잃고 있으면 가급적 빨리 119 구급대를 부른다. 섣불리 옮기다가는 경추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가 있다면 집에서도 실내를 밝게 하고 목욕탕이나 마루의 바닥을 점검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특히 마루나 방의 걸레나 옷가지,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조동진의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진눈깨비’와 ‘겨울비’입니다. 이어서 얼마 전 우리를 떠났지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슈베르트의 ‘겨울여행’ 중 ‘Gute Nacht’를 부릅니다. ‘겨울여행’이 ‘Winterreise’의 뜻에는 더 가깝지만, 어쩐지 ‘겨울 나그네’가 더 맞아 보입니다. 디스카우의 목소리, 참 깊으면서도 아름답네요, 그래서 안타깝네요, 그를 떠나보낸 것이.

♫ 진눈깨비 [조동진] [듣기]
♫ 겨울비 [조동진] [듣기]
♫ Gute Nacht [피셔 디스카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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