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비판했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은 작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날 때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문학 청소년의 필독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헤세는 세계1차대전이 일어나자 안락의자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며, 군에 입대합니다.
    
그러나 전투병은 체질이 맞지 않았지요. 군에서는 헤세에게 포로를 돌보는 일을 맡깁니다. 이 일을 하면서 한 에세이에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사랑은 미움보다, 이해는 분노보다 위대하고 평화는 전쟁보다 고귀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썼다가 테러 수준의 비난을 받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버지가 병사하고 아내는 정신분열병에 걸렸습니다. 아들마저 중병에 걸리자 헤세는 군대를 떠나서 심리 치료를 받게 됩니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영향을 받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쓴 책이 바로 《데미안》이지요.
    
새는 알을 깨고 나오지만, 알을 깨는 과정이 고독한 과정일수만은 없습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줄탁동기(啐啄同機)라고, 알 안에서는 병아리가 부리로 알을 쪼고, 밖에서는 어미가 새끼의 몸부림을 알아듣고 알을 쪼아준다고 했습니다. 두 부리가 힘을 합쳐야 알이 깨진다고 본 것이지요. 어쩌면 데미안의 알도 융의 가르침과 헤세의 내적 고민의 결과로 깨어진 것이 아닐까요?
    
1962년 오늘은 평생 실존과 평화의 과수원을 가꿨던 헤세가 눈을 감은 날입니다. 이 날, 알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나는 알을 깨어 부수고 있는가, 누가 내 부리와 맞닿은 어미 새, 또는 새끼 새일까?

헤르만 헤세 밑줄 긋기

○여행을 떠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지식은 나눌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지혜는 스스로 찾아 함께 지내야 하고 지켜야 하며 그 속에서 방황해야 한다. 누군가 지혜를 나누거나 가르칠 수는 없다.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맨 마지막 한 걸음은 자기 혼자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행복하며,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아름답고 행복하다.
○고통에서 도망가지 말라. 고통의 밑바닥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맛을 보라.
○사람은 그 자체로 (다른 동물보다)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에 이르는 과정과 그 가능성으로 가치 있는 것이다.
○편안함이 끝나고 궁핍이 시작할 때 삶의 가르침이 시작된다. 신은 위험이 없는 길로는 약한 사람들만을 보낸다.
○고독은 인간이 자신을 이끌게 하기 위해 운명적으로 거치는 길이다.
○큰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사소한 일은 경시하는 것이 몰락의 시작이다. 인류애를 들먹이면서도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정당을 신성시하면서 자신의 일상은 형편없고 소홀하게 지내는 것에서 모든 부패가 시작한다.

오늘의 음악

정말 덥지요? 오늘은 시원한 바다 떠올릴 음악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노르웨이 가수 시셀의 ‘Summersnow’입니다. Summersnow는 ‘Marine snow’라고 하는데 바다 속에서 눈처럼 흩날리는 부유물을 가리키지요. 둘째 곡은 197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부산대학교 그룹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입니다. 출신학교와 그룹명, 곡명이 절묘하게 어울리지요? 셋째 곡은 드비시의 바다(La Mer)입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합니다.

♫ Summersnow [시셀] [듣기]
♫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썰물] [듣기]
♫ 바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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