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광고계는 천재를 몰라봤을까?

일을 끝내는 둥 마는 둥 오전 2시경에 퇴근했더니 아내와 두 딸이 거실에서 자고 있더군요. ‘마나님’이 깰라, 수험생 딸이 잠에 방해받을까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걷는데 식탁 위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광고천재 이제석.’ 디자이너를 꿈꾸는 둘째 딸 초록이가 산 듯합니다. 드라마의 소재였던 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방에서 한 쪽씩 읽다가 새벽을 맞고 말았습니다.
    
이제석은 학창시절 ‘루저’였습니다. 늘 교사들에게 꾸지람 듣고 얻어터지고, 그래서 만화를 그리며 화풀이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에게 들켰습니다. 담임 교사는 만화를 압수해가더니,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듯하니, 미대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그 제안에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제석은 영남에서는 알아주는 계명대 미대에 입학해서 수석 졸업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대기업의 광고전에서 작은 상도 못 받았고 대졸 후엔 어느 기업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구에서 ‘간판장이’로 입에 풀칠을 하다가, 동네에서 전단지를 만드는 아저씨가 간판 값에 대해 “이 정도에 30만원은 무슨… 10만원이면 떡을 친다”고 무안을 주자 미국행을 결심합니다.

돈이 없어서 미군부대에서 군인과 가족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영어를 배웠고, 500달러를 들고 뉴욕 행 비행기에 오르지요. 거지합숙소 같은 숙소에서 기거하며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독기 있게 공부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광고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 무려 29개의 상을 휩씁니다. 미국 굴지의 광고회사에 취업했고 국내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지요. 아래는 그의 작품입니다. 애완동물 다이어트 사료 광고이지요. 아래의 카피는 ‘고양이는 고양이처럼 보여야 한다.’ ㅋㅋ 

 
    
왜 한국에서는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외국에서도 천재는 홀대와 냉대, 핍박을 극복하고 큰일을 이룹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결국은 잠재력을 알아보고, 스타로 키우지요. 우리는 사람의 그릇을 알아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평가하는 일이 도처에서 일어납니다. 오늘도 대붕의 꿈이 쓰르라미의 눈으로 재단되고 있을 겁니다. 이제석의 광고를 보면서,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늘 신중하고, 정말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석이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저 광고가 태어나서 우리를 즐겁게 만들 수가 있었을까요?

자꾸 들어도 뜻깊은 천재들의 이야기

인류를 바꾼 천재들은 수많은 사람의 냉대를 받지만 결국 조력자를 만나 꿈을 펼칩니다. 천재를 알아본 조력자도 사실은 세상을 바꾼 사람이지요. 천재들의 이야기, 몇 번 소개했지만 이번에 또 들려드립니다. 세상의 평판을 이기고 세상을 바꾼 천재들의 사례.
    
●프레드 스미스=예일대 경영학과 학생 때 ‘1일 배달 서비스’에 관한 리포트를 썼다. 교수는 “개념은 재미있고 리포트의 구성은 좋지만 C학점 이상을 받으려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운송회사 ‘페덱스(FedEx) 사’를 설립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0세 때 뮌헨의 교장이 “너는 절대 나중에 어른 구실을 못할 것”이라고 가혹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세계관을 바꿨다.

●스티브 잡스=휴렛팩커드로부터 입사를 거부당했다. 인사 담당자는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 없어. 당신은 아직 전문대학도 나오지 않았잖아”라고 조롱했다. 그는 애플사를 설립해 세계 최초의 PC를 내놓았으며 시력과 역경을 딛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IT업계의 신(神)’으로 추앙받다가 ‘i-Heaven’으로 떠났다.

    
●마이클 조던=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팀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농구선수로 등극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어린 시절 음악 선생은 “작곡가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그를 악성(樂聖)으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월트 디즈니=캔사스 시에서 만화를 그릴 때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므로 신문 편집자로 일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비틀스=1962년 음반회사 데카 사는 “당신의 음악과 기타 연주 스타일이 싫다”며 음반 취입을 거절했다. 이 그룹은 70년대 세계 문화 코드가 됐다.
    
●토머스 에디슨=교사가 “너무 바보 같아서 가르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만 1093개의 특허를 받았으며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꾼 발명가였다. 비록 자기 못지않은 천재 니콜라 테슬라를 끝까지 괴롭힌 죄를 졌지만.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찰스 C 만즈, 크리스토퍼 P 넥 공저) 등 참조

오늘의 음악

어릴 적 음악 선생이 재능이 없다고 비웃었던, 악성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을 크리스티앙 짐머만의 피아노 연주와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협연으로 준비했습니다. 둘째 곡은 창의성을 말살하는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창조적인 노래입니다. 핑크 프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마지막 노래는 1933년 오늘 태어난 시인 고은의 시에 곡을 붙였지요. 조동진의 ‘작은 배’입니다.

♫ 베토벤 피아노협 5번 [크리스티앙 짐머만] [듣기]
♫ Another Brick in the Wall [핑크 프로이드] [듣기]
♫ 작은배 [조동진] [듣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