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일으킨 독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성 베드로의 도시’란 뜻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하류 191개의 섬이 36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된 아름다운 도시이지요. 니진스키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고리키 푸시킨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술의 도시이지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로 대제의 영혼이 깃든 도시입니다. 한때 ‘표트르의 도시’라는 뜻으로 페트로그라드로 불리기도 했지요. 레닌 사후에는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러시아 민주화 과정에서 옛 이름을 되찾았고요.

1703년 오늘(5월 27일)은 표트르가 이 도시를 만들기 시작한 날입니다. 자야치 섬의 나무 요새를 석조로 바꿔지으면서 새 도시 건설의 첫 삽을 뜬 것이지요.

표트르는 서구 문화를 배워서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는 왕위 계승 15년 뒤 서방 국가에 사절단을 파견하는데 그 자신도 몰래 그 사절단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무려 18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황제의 신분을 감추고 군대, 공장, 대학, 병기창 등을 견학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조선소에서는 망치를 들고 노동자들과 함께 배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복 누나 소피아가 본국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귀국해서 200여 명을 직접 참수하고, 문화개혁부터 시작합니다. 귀족들을 만찬에 초대해서 긴 수염들을 가위질했고, 수염을 기르려면 ‘수염세’를 내도록 강제했습니다. 또 문자, 역법, 의복, 교육 등 문화의 근간을 바꾸었지요.

그는 서구 문명과의 접점인, 발트해 연안에 새 도시를 건설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많은 귀족들이 반대했지만 막사에 머물면서 관리자, 노동자를 독려했습니다. 1709년 스웨덴 연합군과의 폴타바 전투에서 승리하고 수도 이전을 몰아붙입니다. 이 전투에서 표트르는 “나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 황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러시아를 위하여, 그대들과 그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하여 싸우자”며 선봉에서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는 대승을 거뒀고 포로들을 새 수도 건설의 강제노역에 동원했습니다.

표트르는 강한 러시아를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반대자들을 억압한 잔인한 황제이기도 합니다. 그 시대에는 ‘민주’라는 개념이 없을 때여서 지금 시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그의 삶에는 여러 리더들의 장단점들이 함께 보입니다.

6월부터는 300년 고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백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운 야경을 떠올리며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 시대의 리더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나라뿐 아니라 기업, 학교, 가정에 모두 리더가 있겠지요. 여러분은 훌륭한 리더인가요? 아니면 적어도 훌륭한 팔로워이겠지요?

표트르 대제에게 배우는 리더십

*자신을 알라. 표트르가 절대 계몽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불안한 지위와 러시아의 후진적 현실에 대해서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정신을 갖춰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적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

*기다림의 미학을 키워라. 표트르는 10대에 이복동생과 공동 왕위에 올라서 실질적 권한이 없을 때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권력이 자기 것이 되자 강하게 행사했다.

*다양하고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춰라. 표트르는 권력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며 기행을 일삼았다. 이때의 네트워크가 강한 내공의 원천이 됐다. 이 지지 세력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나라의 중심을 옮길 때 열렬한 지원군이 됐다.

*현장에서 미래를 구상하라. 표트르는 유럽 사절단의 일원으로 선진국의 현장에 들어가 모든 것을 배우고 러시아를 통치하는 밑그림의 바탕으로 삼았다.

*지식을 엮어 새 구상을 짜라. 표트르는 영국의 해군력, 네덜란드의 조선술 등을 융합해서 새 해양국가의 청사진을 그렸고 발트 해 인근으로 국가의 중심을 옮겼다.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표트르는 네덜란드 조선소에 목수로 ‘위장취업’해서 배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중에 함대를 구축하는 바탕으로 삼았다. 이 함대는 스웨덴과의 북방전쟁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믿고 맡겨라. 표트르는 유럽사절단에 속해서 황제 공부를 할 때 자신의 권력을 충신들에게 양도했다. 이 충신들은 이복누나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왕의 마음으로 반란군을 제압했다.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라. 표트르는 스웨덴과의 폴타바 전투에서 군인들에게 자신이 아니라 러시아를 위해 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에 따른 과실을 혁신적으로 주라. 표트르는 북방전쟁을 전개하면서 귀족들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했고 평민 출신이라도 전과를 올리면 귀족 직위와 막대한 부를 줬다.

*인문학이 우선이다. 표트르는 나라를 개혁할 때 문자, 의복, 역법, 교육 등 의식과 문화를 개혁하고 뒤에 정치와 군대 개편을 추진했다. 나라나 기업에서도 문화토양을 바꾸고 나서 특정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러시아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러시아 민요 두 곡이 이어집니다. 만차 이즈마일로바가 부르는 ‘Those Were the Days’와 이반 레브로프가 부르는 ‘Dark Eyes’가 이어집니다. 셋째 곡은 저도 눈시울 붉힌 영화입니다. 엄정화 주연의 ‘호로비츠를 위하여’ 가운데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합니다. 이 영화장면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뒤로 독일 작곡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뒤따라오네요.

♫ Those Were the Days [만차 이즈마일로바] [듣기]
♫ Dark Eyes [이반 레브로프] [듣기]
♫ ‘호로비츠를 위하여’ 마지막 장면 [김정원] [듣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