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사임당 같은 여성이 필요한 이유

[이성주의 건강편지]현대의 신사임당

지금 신사임당 같은 여성이 필요한 이유


1551년 오늘(5월 17일)은 신사임당(申師任堂)이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매년 이날 ‘신사임당의 날 기념행사’와 ‘올해의 신사임당상 시상식’을 엽니다. ‘올해의 신사임당상’은 본인의 업적 뿐 아니라 가족의 화목까지도 꼼꼼히 따져서 선정되지요. 탤런트 강부자 씨는 “아카데미상보다 신사임당상을 받고 싶다”고도 했고요. 올해에는 문예지 ‘맥’의 편집주간인 허윤정 시인(73)이 선정됐는데, 기쁘게도 제 친구의 어머니랍니다.

사임당은 아시다시피 5만 원 권 화폐를 통해 5000원 권 화폐에 등장하는 아들 율곡과 함께 늘 한국인을 만나는 인물이지요. 5만 원 권의 초상 모델로 신사임당이 거론될 때 일부 여성계에서는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어떤 분은 여성이 화폐에 안 들어가는 것만 못하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는 현재의 비뚤어진 눈으로 과거를 재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사임당은 현모였습니다. 사임당이란 당호(집의 이름에서 따온 주인의 호)는 중국 주(周)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본받는다는 뜻이지요. 태임은 문왕을 임신했을 때 눈으로는 나쁜 것을 보지 않았고,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았고, 입으로는 거만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태교(胎敎)에 인용되는 여성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反) 여권의 상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조선은 중기까지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처가살이가 자연스러웠고 부모의 재산은 자녀에게 공평하게 상속됐습니다. 16세기까지는 자녀가 돌아가면서 부모의 제사를 지냈고 족보에서도 부계와 모계, 친손과 외손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임당도 강릉의 외가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외할아버지에게서 학문과 예술을 배웠습니다. 결혼해서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고 삼년상을 마친 다음 시어머니를 처음 만났습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남성의 재가(再嫁) 불가를 주장하기도 했지요. 또 말발굽누에머리체(馬蹄蠶頭體)의 명필에다 풀벌레, 포도, 화조 등을 빼어난 솜씨로 그린 예술가였습니다.

따라서 사임당을 훌륭한 학자이며 뛰어난 예술가, 가정을 잘 꾸린 위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모성으로서의 어머니를 뛰어넘어 훌륭한 인품으로서의 위인이었기에 슬하에 율곡 같은 대학자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또 현모양처(賢母良妻), 즉 현명한 어머니와 좋은 아내가 왜 구년묵이 이미지로 매도돼야 할까요? 오히려 지금은 자신의 삶을 훌륭히 꾸려서 자식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남편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여성이 절대로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현모양처가 부족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지요?

자식을 ‘공부 기계’로 만들어 오로지 경쟁과 물적 성취만 강조하고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만 대하는 ‘우모악처(愚母惡妻)’ 대신 자녀를 훌륭한 인격으로 키우고 남편과 참사랑을 하는 그런 여성이 정말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물론 현모양처의 맞은편에는 현부양부(賢父良夫)가 있어야하겠고요. 가정의 달 오월, 신사임당의 날에 조심스레 묻습니다. 여성들이 사임당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제 생각이 너무 가부장적, 전근대적인가요?

신사임당의 교육법을 현대에 적용하기


○자녀 앞에서 늘 행동의 모범을 보인다.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고의 교육.
○부부가 좋은 주제를 놓고 논리적으로 토론한다. 부부가 정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지적인 동반자임을 보여준다.
○자녀와 편지나 e메일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사임당과 율곡의 편지에서는 모자간의 애정을 넘어 학문적 동지로서 서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전화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자신의 부모와 시부모, 장인장모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녀에게 사사건건 간섭하기 보다는 독립된 인격으로 자유롭게 커갈 수 있도록 돕는다.
○가급적 TV를 끄고 예술 활동과 독서를 한다. 부모의 자세를 보며 자녀의 정서가 올바르게 형성된다.

<제281호 건강편지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가족과 관계있는 노래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종교적 의미도 있지요? 웨스트라이프의 ‘You Raise Me Up’입니다. 크로스비, 스틸스 & 내시의 아름다운 포크송 ‘Teach your children’과 박정현의 애절한 노래 ‘나의 어머니’가 이어집니다.

♫ You Raise Me Up [웨스트라이프] [듣기]
♫ Teach your children [CS&N] [듣기]
♫ 나의 어머니 [박정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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