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지식인의 넑두리 속 그리운 참 지성인


꽃샘추위가 앙탈을 부려도 봄은 오네요. 주말 남산 자락에서 개나리가 움 트는 모습에 설렜는데, 어느새 봄 햇살이 움추린 어깨를 녹입니다. 하루 이틀 새 사람들의 옷도 바뀌었고요.

‘개나리’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지요? 1927년 오늘(3월 29일)  세상을 떠난 월남(月南) 이상재 선생입니다. 지금도 교과서에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월남이 YMCA에서 강의를 할 때 창문 너머 먼 산을 보더니 “개나리가 활짝 폈다”고 말한 일화 말입니다. 조선총독부의 헌병과 순사들이 그를 감시하려고 와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조롱한 것이지요. ‘개+나리’라고.

월남은 평생 ‘뒷담화’를 모르고 사셨습니다. 남을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 말은 꼭 했습니다. 암울한 식민지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머를 무기로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했습니다. 풍자와 해학으로 상대방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일합방 직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이완용, 박제순 등 조선인 귀족들을 만났을 때에는 “대감들은 동경으로 이사를 가시지요”하고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매국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대감들은 나라 망하게 하는 데 선수 아니십니까, 대감들이 일본으로 이사 가면 일본이 망할 것 아닙니까?”라고 조롱했지요.

또 우쓰노미야 다로(宇都宮太郞) 조선사령관이 식민지의 유력 인사를 불러서 일본의 병력과 무기를 자랑하곤 콜록콜록 기침을 하자 월남은 “감기는 그 대포로도 쏘아 죽이지 못하는 모양이지요?”하고 말해 일본의 무력을 간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민족의 화합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1924년 독립운동가 신석우가 “해외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임시정부보다 신문이 더 중요하다”며 조선일보를 인수하자고 제의했을 때 기꺼이 사장직을 맡았고, 일제하 최대 좌우합작 운동단체 ‘신간회’의 초대회장으로서 정신적 지주가 됩니다.

월남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50세를 넘겨 ‘감옥 동기’  이승만 박사가 전해준 성경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대목을 읽고 감동, 기독교에 귀의하고 YMCA를 본거지로 평생 ‘청년회 운동’을 펼쳤습니다. 늘 젊은 사람과 어울리고 유머를 구사해서 ‘만년청년’으로 불렸지요.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나이 지긋한 분이 체통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자 “내가 청년이 돼야지, 청년더러 노인이 되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젊은이들과의 교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월남은 자신은 셋방에 살면서도 어려운 고학생에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청년들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민족의 미래를 밝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77세를 일기로 전세방에서 세상을 떠나자 남은 것은 쌀 27가마니의 빚. 김성수, 송진우, 안창호, 윤치호, 이승만 등이 함께 이 빚을 갚았다고 합니다.

월남 서거 85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연극 ‘조선 청년의 횃불 월남 이상재’(극단 JS씨어터)가 일본 도쿄와 전국 9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고, 5권짜리 일대기 《민족의 스승 월남 이상재》(천광노 저, 한국학술정보 간)가 출간되는 등 늦게나마 그를 기리는 바람이 조용히 불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월남의 정신’이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친 칼을 닮은 말들이 무성하고 과녁을 모르는 활들이 서로를 상처 내는 시대, ‘참어른’은 찾아보기 어렵고 ‘거짓 지식인’이 활개 치는 시대, 사랑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비판이 용기로 포장되는 이 때 말입니다.

월남은 남들이 겁을 먹고 주저할 때 용기 있게 나섰지만 그 바탕에는 원수까지도 포용한 사랑이 깔려 있었지요. 평생 남 탓을 안했고 묵묵히 아는 것을 실천했지요. 식자들이 ‘큰 어른’ 이상재를 닮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이 도를 더해가는 이때에 말입니다.

괜한 걱정을 일으키는 건강정보 9가지


갈수록 걱정거리가 많아지지요. 세상이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더욱 세상살이를 힘들게 하는 경향도 큽니다. 건강도 마찬가지. 건강상식이라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어제 코메디닷컴이 보도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은 기사를 소개합니다. 괜한 걱정을 일으키는 건강정보 9가지. 여러분은 해당되지 않나요?

오늘의 음악

오늘은 봄이 느껴지는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가장 유명한 트로이메라이를 발렌티나 리시차의 연주로 감상하겠습니다. 2008년 서울 공연의 앙코르 연주입니다. 둘째 곡은 어린이를 위한 찬송가로 만들어졌다지요? 캣 스티븐스의 ‘Morning Has Broken’입니다. 마지막 곡은 2009년 오늘 세상을 떠난 모리스 자르의 대표곡이지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입니다.

♫ 트로이메라이 [발렌티나 리시차] [듣기]
♫ Morning has broken [캣 스티븐스] [듣기]
♫ 닥터 지바고 [모리스 자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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