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행 따라 정당 이름을 짓는가

[이성주의 건강편지]정당의 이름

누가 유행 따라 정당 이름을 짓는가


집권여당의 새 이름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꿨지요.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뜻이라는데 코웃음, 야유, 실망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어느 신문에서는 “새누리면 어떻게 헌누리면 어떠랴… 국민만 행복하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요?



부부자자군군신신(父父子子君君臣臣)… 들어보셨지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공자는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행동하고 아들은 아들답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처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지요. 정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수행돼야 한다는 사상으로 정명론(正名論), 정명사상(正名思想) 등으로 불리지요. 거꾸로 이름이 멋대로라면, 어떻게 내용이 괜찮을 수가 있겠습니까?

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생각이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입니다. 정당의 이름은 정체성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정당의 이상과 목표’가 포함되는 것이 기본 아닐까요? 공화당, 민주당, 사회민주당, 보수당, 노동당, 녹색당, 공산당 등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정당인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선진국의 정당명은 정체성을 금세 알 수 있을뿐더러, 조변모개로 바뀌지도 않습니다. 정치의 근본은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실정을 했다면 선거를 통해서 심판을 받고, 다음에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과오를 만회하는 것이 책임정치 아닌가요?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한 정당이 수 십 년, 수 백 년 가는 것이지요.

10년 뒤에 사라질 이름을 정당명으로 삼는 것은 책임정치에 대한 경시로 보입니다. 정당 이름에 ‘새’ ‘신(新)’ ‘통합’ 등이 들어가면 창당의 분위기를 반영할지는 몰라도 몇 년 뒤에는 ‘헌 이름’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수 십 년 가는 신제품이 있을 수가 있나요? 

이런 의미에서 민주통합당도 썩 좋은 정당명은 아닙니다. ‘민주’는 기본적으로 ‘통합’ 또는 ‘조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통합’을 쓴 것은 정권 창출을 위해서 여러 세력을 통합했다는 뜻 같은데, 정권을 잡고 나서도 이 이름을 계속 유지하겠습니까?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우리 정치의 무책임, 가벼움, 이합집산이 이름과 관계가 깊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이라도 기본으로 되돌아가면 참 좋을 텐데….



건강편지에서 가급적 정치 얘기는 삼가려고 했지만, 이름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혜량 바랍니다. 저는 가끔 가친(家親)이 정해준 제 이름의 뜻에 대해 되새기곤 합니다. 오늘은 이름과 관계있는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여러분의 이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이름과 지금의 모습이 어울리는지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전문>

일년 내내 정월대보름처럼 건강에 신경쓴다면…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아침에 ‘부럼’ 깨어 드셨는지요? 풍습만 따진다면 정월대보름은 한 마디로 건강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이를 현대에 맞춰 소개합니다. 

①부럼 깨 먹기=호두, 잣, 은행, 땅콩 등을 껍질째 깨어 먹으면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스럼이나 종기는 인체 감염의 신호인데,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변변한 약이 없었기 때문에 치명적이 되곤 했다. 견과류가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싸우는 아연이 듬뿍 들어있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아연은 또 청신경의 활동을 도와 ‘귀를 밝히는’ 역할까지 한다. 특히 호두는 최고의 견과류. 항산화제의 보고로 정평이 나있으며 암 예방,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②귀밝이술 마시기=술이 귀를 밝힐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한두 잔 절제된 음주는 혈액을 잘 순환시켜 사람을 총명하게 만든다. 총명(聰明)은 ‘귀밝을 총’에 ‘밝을 명’이다.

③오곡밥 먹기=백미와 백분이 온갖 성인병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찹쌀, 조, 수수, 보리, 팥 등 5가지로 밥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성인병과 암을 예방한다. 평소에도 오곡밥이나 현미밥을 먹으면 장수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

④묵은 나물 먹기=오곡밥과 함께 먹는 고사리, 시래기, 호박고지 등 묵은 나물은 비타민이 풍부해서 성인병을 예방하고 피를 젊게 하는 특성이 있다. 말린 나물은 칼륨이 풍부해서 체내 나트륨 배설을 촉진시키지만 대장균이 있을 수가 있으므로 충분히 씻고 데쳐야 한다. 말린 나물을 요리할 때는 소금, 간장 대신 들깨가루나 멸치, 다시마 육수를 사용하면 나트륨을 줄이면서 더욱 담백하고 영양가 있는 나물을 만들 수가 있다.

⑤이들 음식은 정월대보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즐기는 것이 좋다. 이들 음식은 젊음을 유지하고 암, 심장병, 뇌졸중 등을 예방하는 세계 최고의 건강식이다.

오늘의 음악

1918년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같은 나라의 음악가 슈베르트의 ‘송어’를 배경으로 클림트의 명화를 감상하겠습니다. 1998년 오늘 눈을 감은 칼 윌슨이 이끈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와 지난해 오늘 하늘로 떠난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가 이어집니다.

♫ 클림트의 명화 [with 슈베르트 송어] [듣기]
♫ Surfin’ USA [Beach boys] [듣기]
♫ Still Got The Blues [게리 무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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