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기침은 그의 악보에 아직 남아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콜록콜록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기침은 그의 악보에 아직 남아있다


콜록콜록, ‘피아노의 시인(詩人)’은 건반 위에 기침 소리를 던져놓고, 가냘픈 손을 거두었습니다. 1849
10월 17일 프레데리크 쇼팽은 39살의 나이로,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에서 태어난 쇼팽은 모국을 무척이나 사랑한 음악가였습니다. 프랑스 혈통의 아버지와 폴란드 혈통의 어머니를 둔 쇼팽은 프랑스에 살면서 늘 모국을 그리워했습니다. 유언에 따라 시신은 파리의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에 묻었지만, 심장은 나중에 바르샤바 성(
聖)십자가교회에 안치했습니다.

쇼팽은 1829년 유럽 각국으로 음악여행을 떠났다가 바르샤바에 혁명이 나자 귀국하려고 합니다. 그때 아버지로부터 “음악에 매진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말을 듣고, 밤낮 음악에 매달립니다. 러시아가 폴란드 혁명을 진압했을 때에는 폴란드 난민을 위한 콘서트를 엽니다
.

몸을 돌보지 않고 음악에만 매달렸던 것이 평생의 짐을 불러왔던 걸까요? 쇼팽은 20대에 결핵이 발병, 평생  병마와 싸우다가 피아노가 없는 세상으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최근 의학자들 사이에서 낭포성섬유종, 승모판협착증 등이 쇼팽의 사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핵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최근에는 쇼팽이 20대에  측두엽 간질을 앓았고, 환시(幻視)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즉흥환상곡’으로 번역된 ‘환상즉흥곡’도 간질의 부작용을 악보에 담은 걸까요?
 
여러 학설에도 불구하고 쇼팽은 결핵 때문에 평생 고생했고, 사인도 결핵인 듯합니다. 그는 26세 때 17살의 폴란드 소녀와 비밀 약혼을 했다가 결핵 때문에 파혼합니다. 연상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고 쓸쓸히 숨을 거둡니다. 결핵 때문에, 쿨룩쿨룩, 연인에 대한 그리움만 쌓은 채.

아직도 많은 사람이 결핵을 ‘흘러간 후진국 병’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5만 여명이 걸리고 3000명 정도가 이 때문에 세상을 등집니다. 발병률, 사망률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요즘엔 20, 3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무리한 다이어트가 주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곡은 맑고 상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결핵의 흔적이 틈틈이, 켜켜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쇼팽의 명곡을 들으시며 음악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그 슬픔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아픔을 이긴 천재의 강한 정신도.  

어쨌든 결핵, 아직 조심해야 할 병입니다. 이유없이 몸무게가 빠지거나 피로할 때, 미열과 함께 밤에는 식은땀이 날 때, 감기 증세로 기침 가래가 2~3주 이상 계속될 때에는 가까운 보건소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쿨룩쿨룩, 하얀 얼굴의 시인 쇼팽을 떠올리면서!

결핵을 이기기 위한 결핵 상식 7가지

정부는 올해 결핵 환자의 진료비를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여러 약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강제입원시키고 있습니다. 결핵이 그만큼 만연하고 있고, 이것을 꼭 극복해야 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다음 결핵상식만 잘 알아도 결핵의 피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5~15%에게서 발병하며 뇌, 척수, 뼈 등 신체의 모든 기관에 병을 일으키지만 대부분 폐결핵으로 진단된다. 결핵균이 평소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숙주’의 체력이 떨어지면 기승을 부리므로 평소 적당한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BCG 예방접종을 받아도 100% 결핵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감염될 위험이 다소나마 줄어들고 어린이가 결핵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한 번 걸렸다 완치돼도 또 걸릴 수 있다. 면역력이 생겨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

모든 결핵 환자가 주변에 전염시키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 시 아무런 증상 없이 X-레이에서 결핵이 발견됐다면 전염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증세가 있다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가 약을 복용한지 2~3주까지는 전염력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 복용 2~3주 뒤부터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이때엔 성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결핵은 식기나 수건 등으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전염된다.

결핵 감염이 의심될 때 X-레이 촬영 결과 이상이 없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후 발병할 수 있다. 결핵 감염이 의심되면 2년까지 6개월마다 X-레이를 찍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폐결핵은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먹으면 완치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거나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환자는 1년 반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상당수는 목숨을 잃는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쇼팽의 음악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앙 짐머만이 연주하는 발라드 1번,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이고쉬나가 연주하는 ‘환상즉흥곡’, 대한민국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연주하는 야상곡 2번을 차례로 감상하겠습니다.

♫ 발라드 1번 [크리스티앙 짐머만] [듣기]
♫ 환상즉흥곡 [발렌티나 이고쉬나] [듣기]
♫ 야상곡 2번 [임동혁]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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