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를 기도하며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

눈치 빠르신 분들은 우리나라 영화의 역대 흥행 순위라는 것을 금세 아실 겁니다. 모두 관객 1000만 명이 넘은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뭘까요? 동아일보 이승재 기자가 얼마 전 코메디닷컴 임직원 특강에서 던진 첫 질문입니다.

이 기자의 대답. “모두 억울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을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동화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돌아보면 많은 사람이 힘든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정말 억울한 사람이 늘고 있고 견딜만한 사람들도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폭등하는 전세와 물가에다 월급봉투를 처참하게 만든 느닷없는 건강보험료 인상과 같은 서민 힘빠지게 만드는 갖가지 정부 정책∙∙∙.  이러다간 사회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일 정도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4.27 재보선의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곳에서조차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민심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기적인 보수와 무책임한 진보, 모두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이기적인 보수’가 숫자는 적어지면서 목소리는 더 오만해진 듯합니다. 국부(國富)가 한쪽으로 편중되면서 혜택을 받은 소수가 주위의 고마움을 모르는 듯합니다. 무지한 부자라고나 할까요?

오늘은 어찌 보면 참 억울한 삶을 살았지만, 결코 억울하지 않았던 충무공의 탄신일입니다.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합니다만, 어제 중앙일보에 나온 역사학자 이덕일 씨의 분석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의 칼럼에 따르면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자처했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자신을 천거한 서애 류성룡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서애는 전시에 천민도 양반이 될 수 있게 한 ‘면천법’, 양반도 군역의무를 지운 ‘속오군’, 부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한 ‘작미법’ 등을 실시해서 억울한 사람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라를 구했습니다. 이순신이 전사한 날, 공교롭게도 류성룡도 파직당합니다.

충무공과 서애 같은 분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지하고 오만한 헛똑똑이 부자가 아니라 백성의 억울함을 살피는 지성인이 존경 받는 사회, 서민들은 억울함보다 감사함을 더 느끼는 사회, 값싼 승리보다는 더불어 사는 행복감이 존중 받는 사회, 이번 선거가 이런 사회로 나아가는 입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우리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살기 위해서, 간절히!

충무공에게서 배워야 할 10가지

몇 번 소개해 드렸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용기를 얻는 글이어서 여러분께도 다시 소개합니다. 충무공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10가지입니다. 정부는 억울한 사람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역경을 견뎌낼 만한 사람들이 억울한 마음을 떨쳐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안 탓을 하지 말라=충무공은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가에서 자랐다.
좋은 학교,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충무공은 첫 과거에 낙방하고 32세에 겨우 과거에 붙었다. 그리고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아다녔다.
윗사람 탓을 하지 말라=의롭지 못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으며, 임금의 끊임없는 의심으로 옥살이까지 했다. 선조는 “임금을 몰라보니 마땅히 죽여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 47세에 해군제독이 됐다.
조직의 지원이나 자본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라=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어 풍부한 물자의 왜군과 싸워 연전 연승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라=전략과 전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첫 번째 나간 해전에서부터 연승했다.
정보를 모으=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어떤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승진욕, 금전욕, 명예욕 등 욕심이 큰 뜻을 망가뜨린다.
결정은 명쾌하게 하라=상벌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리더십이 흔들린다.
공을 탐하지 말라=충무공은 모든 공을 부하에게 돌렸고 장계의 맨 끝에 이렇게 썼을 뿐이다. “신도 싸웠습니다.”(臣亦戰)

<김덕수의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와 지용희의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난다’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행복한 사회가 오기를 기도하는 뜻에서 종교 음악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곡은 70년대에 가사의 뜻도 모른채 흥얼거린 호주의 수녀 자넷 미드의 주기도문(Lord’s Prayer)’입니다. 빌보드 차트 4위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이어 불교음악 김영동의 ‘초원’과 ‘산행’이 이어집니다. ‘산행’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법정 스님의 뒷모습을 보고 작곡한 음악입니다.

♫ Lord’s Prayer [자넷 미드] [듣기]
♫ 초원 [김영동] [듣기]
♫ 산행 [김영동]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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