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고가 퍼지기를 기대한 과학자

1996년 오늘(12월 20일)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저술가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란 혈액암을 이기지 못하고 62년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1980년 미국과 소련의 핵 대치 상황에서 ‘핵겨울’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또 레이건 정부가 추진한  ‘스타워즈 계획’의 한계를 지적해서 군축협상을 이끄는 데 기여했습니다. 스타워즈 계획으로 소련 핵무기의 90%를 공중에서 요격한다고 해도 나머지 10% 때문에 지구촌이 멸망할 수 있으므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였지요.

칼 세이건은 또 우주선 파이오니아 호에 외계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알루미늄 판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아내 린다 세이건이 이 금속판에 남녀의 모습과 태양계에서의 지구 위치 등을 그렸지요.



무엇보다 칼 세이건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에덴의 용’ ‘코스모스’ ‘콘택트’ ‘혜성’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등 숱한 명저를 남겼습니다.
 
이 가운데 코스모스는 미국 공영방송 PBS의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콘택트는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졌지요. 제가 지금까지 펴낸 8권의 졸저(拙著) 가운데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는 ‘에덴의 용’, ‘황우석의 나라’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과학적 사고를 전파시키려고 무던히도 애 썼습니다. 그에 따르면 과학은 오류를 바탕으로 번성하며 과학자 집단에서 오류를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는 방법으로 발전하는 것이죠. 칼 세이건은 “과학자들은 언제나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하며 무자비할 정도로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지요.

사이비 과학은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을 ‘음모론’으로 주장합니다.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을 막고,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에 역정을 낸다면 이미 과학자가 아닙니다. 지난주 황우석 박사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 수술의 문제점을 짚어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만,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이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조차도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칼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미국인의 95%가 ‘과학에 있어서 문맹’이며 그것은 남북전쟁 직후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의 문맹률과 똑같은 수치라고 개탄했습니다.

저는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과 송명근 사태 등에서 언론인과 정부 공무원 등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과학 문맹 정도에 놀랐습니다. 관련 학회에서 한 목소리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므로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수술에 대해 ‘중립성’ 운운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식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복지부 장관이 여러 정책에서 귀를 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려고 애 쓰는 것은 평가하지만, 과학적 사고와는 멀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청문회에서 과학의 문맹인이 아닌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겠지요?

독자 여러분도 과학적 사고를 가까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출신으로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학처장으로 재직 중인 문제일 박사는 언젠가 “우리 사회는 과학자를 단순 기술자로 만들기 보다는 과학의 철학과 원리를 아는 교양인으로 키우는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과학자 뿐 아니라 과학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과 언론인, 교육자 등은 과학의 철학과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도 과학적 사고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신기한 제조법이나 효능에 대해 강조하면 ‘왜’ ‘그래서’를 따져보시기만 해도 속아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좋은 건강법도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과학의 세계에서 ‘비법’은 99% 사기입니다.

온라인에서 과학적인 정보 고르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건강 의학 정보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과학적이고 상업적인 정보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인터넷에서 올바른 건강 의학 정보를 찾는 방법.

①‘획기적 치료법’ ‘부작용이 없는 치료법’이라고 선전하면 일단 의심한다.
②특히 고혈압, 당뇨병, 아토피 피부염, 암 등 현대의학으로 단시일 내에 고칠 수 없는 병의 획기적 치료를 주장하면 상업적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③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유명인의 치유사례를 내세우며 홍보하는 곳은 열이면 아홉, 의료인이라기보다는 장사꾼이라고 보면 된다.
④콘텐츠의 출처와 근거가 명확한지 살핀다.
⑤기존 의학의 정설을 전면 부정하고 자신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돌팔이의 단골메뉴는 ‘신비주의’와 ‘현대과학의 음모론’이다.
⑥의료사이트의 명의나 병원 소개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상당수는 그 사이트에 일정액을 주고 회원으로 가입한 병의원을 위주로 소개한다. 명의나 병원의 선정 기준이 객관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⑦국내외 의료사이트 인증기관에서 인증 받은 웹 사이트의 정보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런 사이트의 정보라도 ①~⑥의 기준에 따라 콘텐츠를 따져봐야 한다.
⑧환우회의 웹 사이트나 환자 카페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카페의 객관성, 순수성, 후원 상태 등을 따져봐야 한다.

오늘의 음악

1982년 오늘은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루빈슈타인의 연주로 리스트의 ‘La Campanella’, 모차르트의 ‘Elvira Madigan’,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1악장을 듣겠습니다. 과학 얘기를 한창 했으니 과학자란 제목의 노래 한 곡 준비했습니다. Coldplay의 ‘Scientist’입니다.

♫ La Campanella [루빈슈타인] [듣기]
♫ Elvira Madigan [루빈슈타인] [듣기]
♫ 그리그 피아노협 1악장 [루빈슈타인] [듣기]
♫ Scientist [Coldplay]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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