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새 악행을 저지르지 않게 해주소서



1945년 오늘(11월 20일) ‘뉘른베르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재판은 독일 항복 뒤인 45년 8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합의한 ‘런던 헌장’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당시 소련은 베를린에서 재판하기를 원했지만 뉘른베르크가 나치의 공식적 발상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에서 재판이 열린 것이죠.

이 재판에서는 나치당의 2인자로 히틀러의 두뇌로 불린 헤르만 괴링, 항복문서에 서명한 빌헬름 카이텔 원수, 인종이론을 제창한 알프레드 로젠버그, 언론인 율리우스 스트라이허, 외무장관 폰 리벤트로프 등 전범들의 죄를 따졌습니다.

12명이 교수형을 언도받았는데 처음 처형된 리벤트로프는 “세계 평화를 빈다”는 말을 남겼고 카이텔은 “200만 명이 넘는 젊은이가 조국을 위해 죽었고 나는 이제 내 아들들을 뒤따른다. 이 모두 독일을 위해”라고 말하고 교수대에 올랐습니다. 스트라이허는 “하일 히틀러”를 외쳤습니다. 괴링은 사형집행 전날 밤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함으로써 이 재판을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범들이 해외로 도망을 갔고 지금도 가끔씩 전범이 체포됐다는 외신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대인 학살과정을 진두지휘한 칼 아돌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1960년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사드에 의해 납치돼 예루살렘으로 압송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와 이스라엘의 외교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열린 재판에서 칸트가 말한 ‘정언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자신에게 내려진 국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며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그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죠.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놀랍니다. 그에게서 ‘사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악의 평범성’에 주목하고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악한 일은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도 ‘악의 평범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사실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특정인을 매도하고 저주하는 것 역시 이러한 악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악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매사에 주의해서 함부로 단정 짓는 것을 피해야 하겠지요. 매천 황현이 절명시(絶命詩)를 통해 남긴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 세상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기가 힘들구나)이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날입니다. 난작인간식자인….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하여

①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애쓴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잘못이다.
②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 대화할 때에는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긍정의 고갯짓 등을 통해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③가급적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중간에 말을 자르는 등 결례를 하지 않는다.
④자신을 토닥이는 말보다는 자신에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⑤신문을 제대로 본다.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전에 나와는 무슨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며 본다.
⑥책을 읽고 가족과 토론한다. 토론할 때에도 잘 듣는 데 신경을 쓴다. 대체로 무지할 수록 비판부터 한다.
⑦주장을 강요하기 보다는 남의 주장을 들어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주장을 자꾸 퍼주면 자기 그릇이 비고, 남의 주장을 자신의 그릇에 담으면 풍족해진다.
<제345호 ‘미네르바의 부엉이’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 첫곡은 이스라엘 곡을 준비했습니다. 해리 벨라폰테의 곡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가요제에서 이명우가 부른 ‘가시리’로 잘 알려져 있죠. ‘저녁의 장미’를 이스라엘 가수 마이크 브란트와 그리스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음성으로 듣겠습니다. 나나 무스쿠리의 ‘Over and Over’와 ‘Pardonne Moi’가 이어집니다. 뒤의 노래는 30년 전 방영된 드라마 ‘레만호에 지다’의 주제곡입니다. 이영하와 정애리가 주연이었지요?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스캣 소프라노 다니엘 리카리가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을 부릅니다.

♫ 저녁의 장미 [마이크 & 나나] [듣기]
♫ Over and Over [나나 무스쿠리] [듣기]
♫ Pardonne Moi [나나 무스쿠리] [듣기]
♫ 목소리를 위한 협주곡 [다이엘 리카리] [듣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