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한 군데 몰입하면 도사가 된다

[이성주의 건강편지]나비박사는 아웃라이어

10년을 한 군데 몰입하면 도사가 된다

1950년 오늘(10월 6일) ‘나비 박사’ 석주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나비 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는 마지막 외침을 총성 뒤로 남기고서 말입니다. 석 박사는 폭격으로 전소된 과학박물관을 다시 세우기 위해 회의장소로 가다가 국군상사에게 인민군 장교로 몰려서 총살을 당했습니다. 평생 나비 75만 마리를 채집하고 800여 가지의 잘못된 학명을 바로 잡은 세계적 학자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는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할 때에는 점심 먹는 시간이 아까워 길을 가며 땅콩을 먹고 일했습니다. 그는 한때 기타 연주에서도 미쳐 ‘한국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해방 후 세고비아의 연주를 듣고 탄식을 하면서 다시는 기타를 잡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제주도 방언, 에스페란토 어 등의 연구에도 미쳐서 일가를 이뤘습니다.

석주명은 일본인 스승 오카지마 긴지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고 제자들에게도 그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10년 간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세월 속에 씨를 뿌려라. 그 씨는 쭉정이가 돼서는 안 되고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10년 동안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한 군데 미쳐야 진정한 프로, 즉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 떠오르는군요. 글래드웰에 따르면 아웃라이어는 천재성이 아니라 시운과 환경이 만듭니다. 석주명도 교육열 높은 어머니가 있었기에, 윤치호와 오카지마 긴지 등의 스승을 만났기에 나비에 빠질 수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운과 기회가 오는 데도 그것을 차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 누군가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그것을 역경이니 불운이니 하면서 외면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아웃라이어의 가르침

○시간이 아웃라이어를 만든다. 비틀스는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하루 8시간씩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곡들과 새 연주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하루 종일 컴퓨터와 놀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역사를 바꾸었다. 근무시간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절대 프로가 될 수가 없다.

○성공에 있어 IQ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설득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실용지능’이다. IQ 190인 크리스토퍼 랭건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농장에서 외톨이로 사는 반면, 성공한 사람들은 남을 설득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능력이 없다고, 불운하다고 자신의 처지를 쉽게 비관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 탁월하게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시운과 교육환경에 따라 1만 시간을 한 군데에 몰입한 사람일 따름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한다면 언젠가 성공은 보장된다.

○사업이나 직업에서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쌓이면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커진다.

○자녀에게는 커다란 꿈을 심어주고 유행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1955년 안팎, 기업가는 1835년, 변호사는 1930년에 태어난 사람이 엄청난 대가가 됐다. 시대의 흐름에 맞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욕심과 잣대에 따라 자녀를 억지 교육시키면 이 흐름에 동승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릴 수도 있다.

○역으로 대가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패배의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아웃라이어는 사람들이 인식하기 어려운 시대환경과 교육환경 등에 따라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의 천재성이나 노력이 성공의 전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중에서>

오늘의 음악

오늘은 석주명을 탄식하게 한 세고비아의 곡들을 먼저 듣겠습니다. 바흐의 ‘사라방드 & 가보테’와 토르바의 ‘카스텔라나 조곡’ 중 ‘판당길로’입니다. 재작년 오늘 세상을 떠난 ‘천상의 목소리’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 두 곡이 이어집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입니다.

♫ 사라방드와 가보테 [바흐] [듣기]
♫ 판당길로 [토르바] [듣기]
♫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푸치니] [듣기]
♫ 별은 빛나건만 [푸치니]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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