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은 늦게, 칭찬은 빨리

고(故) 장자연 씨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A신문의 B사장과 C인터넷신문의 D사장이 혐의에서 벗어난 데 대해 인터넷이 떠들썩하더군요. 짜 맞춘 수사니, 언론의 힘이 무섭니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기자 출신이어서 언론계 선후배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B사장이 사건 초기에 자신의 이름이 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듣고 펄쩍 뛰었던 것이나 평소 언행 등을 종합해서 억울한 피해자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D사장은 만난 적이 있는 분인데 ‘건강 때문에 술, 담배를 입에도 안대는 사람이…’하고 의아하게 생각했고요.

결국 두 사람의 알리바이가 입증됐지만 네티즌은 그럴 리가 없다며 경찰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일부러 이들 언론인을 도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밝혀졌을 때 비난하면 되지 않을까요? 한 언론은 ‘아무 것도 알리지 못한 장자연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경찰 수사를 성토했더군요. 

법 원칙 중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이 만에 하나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죠. 이 무죄 추정의 원칙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장자연 씨 성 접대 의혹 수사나 똑같이 적용돼야 합니다. 언론 보도도 신중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고 또 가장 가치 지향적인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을 욕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생각합니다. 근거 없이 남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저도 몇 년 전 유명 여성 앵커의 이혼이 회자될 무렵, 그녀의 시아버지와 잘 아는 의사들로부터 앵커의 루머에 대해 전해 듣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자 확인 소송 끝에 소문은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거립니다.

반면 저 역시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속이 상한 적이 있고 제가 존경하는 많은 사람이 음해와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근거 없는 루머가 유능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퍼뜨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대병원장 결정 전날 한 후보를 음해하는 팩스를 받고 그런 행태 자체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것 같습니다.

남을 의도적으로 음해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지만, 부화뇌동해서 남을 쉽게 비난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입니다. 정신분석학의 도피기제 중에서 자신의 무의식에 깔린 열등한 부분을 남에게 전가시켜 비난하는 것을 투사라고 하는데 여기에 해당되지요. 투사를 일삼는 사람은 세상을 우리 편, 나쁜 편으로 나눠 우리 편에는 동일화, 나쁜 편에는 투사를 통해 무의식의 모순을 풀려고 하지요. 남을 쉽게 욕하는 사람은 자기의 언행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특성이 있습니다.

남을 욕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또 늦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칭찬할 때에는 최대한으로, 또 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언론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영웅을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보도는 피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이를 떠나 남을 칭찬할 때에는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뇌 반응이 웃을 때나 행복감을 느낄 때와 비슷해진다고 합니다. 반면 남을 비난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뇌 반응과 비슷한 유형을 띱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장자연 사건에 대한 단상

이번 사건에 대한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요.

*누군가 자살했을 때 사인(死因)을 쉽게 단정하거나 영웅화해서는 안 된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의 자살을 유도하는 꼴이 된다.
*많은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므로 우울증의 위험에 대해서는 알려야 한다. 장씨도 이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사건 자체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기 좋은 사건이지만 실체를 규명하기가 불가능한 사건이다. 피해 당사자가 세상에 없기 때문이고 결코 품격이 높지 않은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거짓말이 난무할 수 있다.
*경찰은 이래도, 저래도 욕을 얻어먹기 쉬운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동 수사를 소극적으로 한 것은 사실 같다.
*연예인의 명암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청소년의 꿈 중 최고가 연예인이고 연예인이 최고의 우상이 되는 그런 문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면 또래집단의 비웃음을 받고 연예인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그런 문화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누군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로비와 접대문화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하고, 걸리면 망신을 받는 그런 풍토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제가 아는 아련한 노래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존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 록웰의 ‘Knife’, 멜라니 샤프카의 ‘The Saddest Thing’이 이어지고 해리 닐슨의 ‘Without you’를 머라이어 캐리가 부릅니다.

♫ The River in the Pines [존 바에즈] [듣기]
♫ Knife [록웰] [듣기]
♫ The Saddest Thing [멜라니 샤프카] [듣기]
♫ Without you [머라이어 캐리]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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