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행운아로 여긴 참의사, 윤덕로 교수를 떠나보내며

[이성주의 건강편지]연탄가스 중독

자신을 행운아로 여긴 참의사, 윤덕로 교수를 떠나보내며

수 십 년 동안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의사 한 분이 그의 성격만큼이나 조용히 세상을 떠난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이 분 덕분에 산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연탄가스 중독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장치를 개발해 보급한 윤덕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12일 76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60, 70년대만 해도 한 해 70만 명 이상이 연탄가스에 중독됐고 이 가운데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죠. 살아나더라도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치매 등의 후유증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누군가 연탄가스에 중독되면 김칫국물을 먹이고, 살아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죠. 저도 연탄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난 기억이 납니다. 그 무렵 고인이 연탄가스 중독 환자가 들어가서 3시간 정도 누워있으면 정신이 드는 고압산소장치(아래 사진)를 개발해 전국의 병원에 보급한 것입니다.

그러께 저희 코메디닷컴 기자가 고인을 취재했을 때 고인은 아직도 연탄가스에 중독돼 희생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인은 그때 저희 기자에게 여러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모자가 가스에 중독됐는데 어머니가 더 위험했습니다. 가족은 종손인 아들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머니를 먼저 산소통 안에 넣었습니다. 다행히 15분 만에 깨어나 바로 아들을 치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죠.”

고인은 “의학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학문이며 의학을 실천하는 의사로서 서민들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고 있을 수 없어 개발에 착수했다”며 “의사로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 나는 행운아였다”고 말했습니다.

윤 교수는 최근 많은 의학도들이 생명을 다루는 분야보다 돈벌이가 되는 분야에만 몰리는 데 대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의 두 아들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생명을 살리는 분야에서 밤낮 없이 환자 치료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장남인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과장은 뛰어난 신장 이식수술로, 차남인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내과 교수는 복합심장기형 신생아에 대한 고난도 수술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고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투병하다 지난 목요일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고인의 제자인 강대희 교수는 “스승은 40여 년 동안 바른 길만을 걷다 가셨다”고 추모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참 좋은 의사가 많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담배 중독에서 벗어나기

아직도 한국은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연탄가스에 의한 급성 중독이 아니라 흡연에 따른 만성 중독이 더 문제입니다. 애연가가 담배 한 모금을 빨 때마다 1.6㎎의 일산화탄소가 흡입되고 핏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서 온몸의 산소 활용도를 떨어뜨립니다. 특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몽롱해지지요.

담배를 끊으면 초기에는 갑자기 숨을 많이 쉴 때처럼 산소 활용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거북해집니다. 많은 사람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이죠. 금연에 돌입할 때에는 인체가 적절한 산소 활용도를 받아들일 때까지 2~3주 중독 증세를 이기려는 각오는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의식을 잃고 고압산소통에 들어가 있는 것만큼이야 하겠습니까?

오늘의 음악

오늘 꽃샘추위가 누그러지고 포근해진다고 하네요. 오늘 같은 날에 어울릴 음악을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째 곡은 슈만의 어린이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를 블라드미르 호로비츠가 연주합니다. 둘째 곡은 발렌티나 이고시나가 연주하는 쇼팽의 ‘강아지 왈츠’. 셋째 곡은 팝송입니다. 린 앤더슨이 부르는 ‘로즈 가든.’

♫ 트로이메라이 [호로비츠] [듣기]
♫ 강아지 왈츠 [발렌티나 이고시나] [듣기]
♫ 로즈 가든 [린 앤더슨]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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