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머리를 쥐어잡고 쓰러졌다면

KBS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 역을 맡았던 중견 탤런트 김흥기 씨가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의 투병 사실도 몰랐는데, 무려 5년 여 동안 뇌중풍 후유증과 싸우다 눈을 감았다고 하네요.
 
김 씨는 2004년 1월 30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연극 ‘에쿠우스’ 공연을 끝낸 뒤 분장실에 들어가다 쓰러졌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곧바로 인근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한양대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정상으로 회복되기에는 늦었다고 합니다.
 
김 씨가 서울대병원에서 즉시 수술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상상을 하게 됩니다. 아마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이 만원(滿員)이었을 것이고, 응급실에서 급히 연락해 수술이 가능한 한양대병원으로 갔을 겁니다. 주요 병원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지요. 이런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의료관광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정부와 의료계, 참 답답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싫어할 비유일지 몰라도, 의료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잘 챙겨주면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어오고 자녀는 열심히 공부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직접 돈을 벌어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의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지만 의료시스템이 잘 구현되면, 이로 인해서 얻는 기회비용은 엄청날 겁니다.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의료관광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들이 성형, 피부, 안과에 몰리는데 충분한 고심 없이 의료관광에만 매달리면 의료자원의 왜곡이 더 심해질 겁니다. 중환자실과 수술실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래서 살 환자가 죽는 일이 계속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김흥기 씨를 희생양으로 삼은 뇌중풍은 국내 사망률 1위의 병입니다. 종양내과 의사는 암이 1위, 내분비내과와 순환기내과 의사는 각각 당뇨병과 고혈압 합병증이 1위라고 주장하지만 암은 종류가 수 백 가지가 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합병증은 어차피 특정한 병으로 나타나므로 뇌중풍이 1위라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겁니다.

어제 국내 유수의 언론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뇌중풍을 ‘뇌졸증’으로 표현했던데, 뇌졸증이라는 병은 없습니다. 뇌졸중(腦卒中)이 맞지만. 뜻이 통하지 않는 일본어 표기라는 이유로 뇌중풍(腦中風)으로 바꾸자는 주장과 한중일 모두 뇌졸중을 쓴다는 점 때문에 뇌졸중을 고수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뇌중풍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나뉩니다. 이 병은 다양한 증세로 나타납니다. 화장실에서 쓰러지거나 곡을 하다가 쓰러지면 이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상사(腹上死)도 많은 사람이 심근경색 탓으로 여기지만 뇌졸중이 훨씬 많습니다.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이고, 만약 누군가 쓰려졌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차선입니다. 문제는 병원으로 가도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이 확보되지 않으면, 난감해진다는 것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119에 전화해 조금이라도 회복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꽃샘추위 탓에 수은주가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추워지면 뇌중풍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늡니다. 혹시 누군가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최대한 빨리 119 누르는 것 잊지 마십시오. 뇌는 한번 상하면 회복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뇌중풍으로 쓰러지면 온가족이 울가망해집니다. 그래서 무서운 병입니다. 

뇌중풍의 대책과 예방법

▶누군가 쓰러지면
①환자로 의심되면 119로 전화하든지 직접 전화해 최대한 빨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긴다.
②119를 기다릴 때에는 환자를 편하게 눕히고 허리끈이나 넥타이, 단추 등을 풀어주고 낮은 베개를 어깨와 목에 걸쳐 넣어 숨길을 확보한다.
③머리는 심장보다 약간 높게 하고 마비가 있다면 마비된 쪽이 위로 오도록 옆으로 눕힌 다음 방석, 베개 등으로 몸이 젖혀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예방을 위해
①고혈압 환자는 특히 취약하므로 혈압계를 집에 놔두고 수시로 혈압을 재며 신경 쓴다.
②당뇨병, 심장병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③이들 고위험군 환자는 가급적 매년 뇌혈관 검사를 받는다.
④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면 이를 클립으로 묶는 수술을 받는다.
⑤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매주 3일 이상 운동하며 음식을 골고루 적게 먹는 일반 건강수칙을 지킨다.
⑥고혈압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와 과로, 비만 때문에 고민이라면 아스피린을 하루 한 알 복용한다.

오늘의 음악

1875년 오늘은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태어난 날입니다.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이 ‘볼레로’를 연주합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밤의 가스파르’ 중 ‘온딘’, 아바카현악단이 연주하는 ‘죽은 공주(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이어집니다.

♫ 볼레로 [베를린필] [듣기]
♫ 밤의 가스파르 중 온딘 [아르헤리치] [듣기]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아바카 현악단]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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