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메커니즘을 가르쳐주고 떠난 사람

[이성주의 건강편지]어떤 기억상실자

기억의 메커니즘을 가르쳐주고 떠난 사람

잊지 못할 기억상실환자 H.M.이 82세를 일기로 숨지다.
(H.M., an Unforgettable Amnesiac, Dies at 82)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부음기사의 제목입니다.

H.M.(왼쪽 사진)은 뇌 과학(Brain Science)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얼굴과 이름은 이번 기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얼굴은 우리나라 배우 안성기를 참 닮았군요. 본명은 ‘헨리 구스타프 몰레이슨’이네요.

그는 9살 때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 근처의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머리를 다쳤습니다. 그리고 자꾸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간질발작이 심각해지자 하트포드병원에 실려 갑니다.

하트포드병원의 의사 윌리엄 스코빌은 온갖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자 마지막으로 당시 실험적으로 시행되던 뇌 일부 절제술을 감행합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발작은 사라졌는데 방금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H.M.은 자신의 이름도 알고 1929년 대공황 때의 소동, 2차 세계대전 때의 대통령 이름과 같이 수술 이전의 것은 기억하지만 수술 이후의 일은 기억할 수가 없었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의 브렌다 밀너 박사가 H.M의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인류는 기억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뇌 전체가 기억을 맡는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뇌 관자엽(측두엽)의 해마-편도체 회로가 기억을 주관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H.M.은 단어를 위에서부터 밑으로 쓴다든지, 포크를 사용하는 법 등은 기억했는데 이를 ‘절차기억’이라고 합니다.

반면 암기해야 할 것은 ‘명시기억’이라고 하는데, H.M.은 수술로 오른쪽 사진과 같이 이것을 주관하는 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영화 《메멘토》는 이런 발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H.M.은 어느 날 어머니가 병실에 왔다가 귀가한 뒤 방금 전 어머니를 만난 사실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중얼거리며 걱정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걱정과 슬픔이 H.M.에게 전달된 것이죠. 정신분석학자들은 H.M.의 이러한 기억이 무의식의 존재를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과음한 뒤 ‘필름이 끊기는’ 이유도 H.M. 덕분에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알코올의 독성 때문에 해마의 기억 입력 시스템에 방해가 온 것입니다. 뇌에 아예 어떤 사실도 입력이 안 됐기에 아무리 능숙한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도 그 순간을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H.M.은 자신이 인류 과학사에 큰 역할을 한 것도 알 수가 없겠죠? 그의 부음 기사를 보며 과학의 발전에 대해, 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기억력을 유지하는 생활수칙

①메모하는 습관을 들인다.
②무엇인가를 외워야 할 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외운다.
③신문과 책을 가까이 하고, 특정 주제의 글을 자주 쓴다.
④바둑, 서예 등 취미활동을 즐긴다.
⑤멍하게 앉아 TV를 보지 않는다.
⑥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매주 3회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⑦음식은 아침을 포함해서 세 끼 골고루 먹고 필요하면 비타민B 복합제를 복용한다.
⑧술과 담배를 멀리 한다.
⑨단단한 것을 포함해서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다.
⑩남과 어울리는 사회생활을 열심히 한다. 종교생활, 자원봉사 등 가치 있는 일이면 더욱 좋다.
⑪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한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팝송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1980년 오늘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이 숨진 날이죠. 그의 노래 ‘Imagine’과 ‘Woman’을 마련했습니다. 이어 1943년 오늘 태어난, the Doors의 리더 짐 모리슨을 기려 도어스의 대표곡 ‘Light My Fire’을 준비했습니다.

♫ Imagine [존 레논] [듣기]
♫ Woman [존 레논] [듣기]
♫ Light My Fire [도어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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