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도 악의 평범성에 당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사월의 끝

한수산도 악의 평범성에 당했다

문득 새 옷을 갈아입고 싶게 만드는 사월의 오후가 화사하게 가로수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중략)…사월 마지막 날의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갔다.

‘감성의 작가’ 한수산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사월의 끝’  글귀처럼 화사한, 사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

한수산은 소설보다 시를 먼저 공부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문장에는 시정(詩情)이 켜켜이 녹아있어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한수산은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필화를 겪었습니다. 그는 1980년 5월부터 중앙일보에 ‘욕망의 거리’를 연재했습니다. 연재 1년이 넘은 이듬해 5월 중앙일보 문화부장 정규웅은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보안사 소령이라는 사람이 작가 한수산의 연락처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 부장은 기자의 육감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 한수산의 소설을 톺아보았더니, 두세 군데가 꺼림칙했다고 합니다.

“월남전 참전 용사라는 걸 언제나 황금빛 훈장처럼 닦으며 사는 수위는 키가 크고 건장했다. 그는 지금도 수위 복장에 대해서 남모를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 싶었다.”

“하여튼 세상에 남자 놈 치고 시원치 않은 게 몇 종류가 있지. 그 첫째가 제복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 그런 자들 중에는 군대 갔다 온 얘기 빼놓으면 할 얘기가 없는 자들이 또 있게 마련이지.”

전두환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혐의로 중앙일보의 손기상, 권영빈, 허술, 정규웅, 이근성 기자 등이 줄줄이 ‘검은 승용차’에 태워졌고 한수산은 제주도에서 ‘압송’됐습니다. 한수산의 친구인 시인 박정만은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됐습니다. 그들을 기다린 것은 물고문, 전기고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왜 연애소설이나 쓰지 고위층을 비난했느냐, 왜 이것을 사주했느냐고 채근 당했습니다.

한수산은 고문당했을 때 보안사령관이었던 노태우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서울 교보문고에서 절필 선언을 하고 그해 8월 일본으로 건너가서 4년 3개월 만에 귀국합니다. 그는 자신을 고문한 사람으로부터 용서를 비는 편지를 받고 다시 펜을 잡았다고 합니다. 박정만은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요절했습니다.

저는 당시 보안사 직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악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나치 전범이 재판받는 장면을 관찰한 독일 출신 유태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악한 일은 대부분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마침 1945년 오늘은 아돌프 히틀러와 정부(情婦) 에바 브라운이 결혼식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동반자살한 날이네요. 왼쪽 사진은 둘의 생전 모습이고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는 선행(善行)을 낳기도 하지만 악행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나무로 키워야 합니다.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낚시를 가르쳐라는 ‘탈무드’의 교훈처럼,  늘  ‘사물의 뿌리’를 생각하도록 키워야 합니다.  늘 ‘왜’에 대해 고민하게 도와줘야 합니다. 어른이 모범을 보이면 더욱 좋겠지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1933년 오늘은 미국의 포크 가수 윌리 닐슨이 태어난 날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미국 연수 때 그의 공연을 봤습니다. 그는 권투에서의 오픈게임처럼 밥 딜런의 공연 전에 먼저 공연했습니다.
윌리 닐슨도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인데 밥 딜런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더군요.
윌리 닐슨의 대표곡 ‘Always On My Mind’를 준비했습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 발전소에서는 그룹 본 조비와 함께 부르는 곡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1870년 오늘은 헝가리의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가 태어난 날입니다. 그의 노래 한 곡을 준비했습니다.  모니카 피쉴, 주자 칼로차이 등 헝가리의 소프라노 5명이 《즐거운 홑어미》 중 <빌리아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오페라는 영어로 ‘Merry Widow’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쾌한 미망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망인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이므로 사라져야 할 단어가 아닐까요? 즐거운 홑어미가 더 나을 듯합니다.

▶Always on My Mind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10942&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빌리아의 노래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10940&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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