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생기를 잃지 마세요

[이성주의 건강편지]

봄의 생기를 잃지 마세요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숙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고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어며

늙은 여류작가(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雜誌)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서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전문>

 

‘모닥불’ 의 가수 박인희의 음성이 들리는듯한, ‘명동남작’ ‘댄디보이’로 불린 멋쟁이 시인 박인환의 시입니다. 박인환은 서점 주인, 기자 등의 경력을 지냈으며 ‘자유의 시인’ 김수영과 늘 티격태격한 술친구이기도 했죠.

이 ‘통속적인 시’의 주인공, 영국의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오늘(3월 2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 돌을 채워 넣고 집 근처의 강에 뛰어들었습니다. 남편 레너드 앞으로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유서에는 의붓오빠의 성추행과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 남편에의 감사함, 전쟁을 반대하는 마음, 남성위주 사회에 대한 심정 등을 담담하게 담았죠.

 

버지니아는 마지막 소설 《세월》을 탈고한 뒤 어느 종이에 ‘다시 환청이 들려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썼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정신분열병도 앓았던 것 같습니다.

 

봄은 만물이 생명을 얻는 계절이지만, 4계절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마침 미국응급의학협회는 봄을 맞아 주위에 있는 ‘마음 아픈 사람’의 자살 낌새를 알아채고, 자살을 막는 방법을 발표했습니다. 봄에 생기를 듬뿍 채우시기를 바라며, 아울러 주위에 우울증 환자가 있으면 아래 기사를 꼭 참고하시길 빕니다. 모두 함께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봄이 아닌가요?

▶주위사람 사고 낌새와 대책

http://www.kormedi.com/news/health_report/1184375_1481.aspx

두 러시아 작곡가의 명곡

 

1881년 오늘은 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스키, 1943년 오늘엔 같은 나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작곡가의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곡은 ‘강철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러시아의 에밀 길라스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Op23번 No5입니다. 이어지는 곡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쇼팽의 야상곡 Op9번 No2를 연주합니다.

 

셋째 곡은 핀란드의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소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산책(Promenade)이 계속 되풀이되는 모음곡 형식인데 산책-난장이-산책-고성(古城)까지 들어보시죠. 전시회에 걸린 그림을 상상하시며.


▶에밀 길라스의 라흐마니노프 Op23 No5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10703&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하는 쇼팽 야상곡 Op 9 No2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10702&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전람회의 그림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10701&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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