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따라 간 아들

[이성주의 건강편지]장기려 선생의 차남

성인을 따라 간 아들

어제 조간신문을 보다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장가용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별세를 알리는 부고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한국의 슈바이처’ ‘우리시대의 성인’으로 불린 성산(聖山) 장기려 선생의 차남입니다.


여러 상념이 스쳤습니다. 아, 이렇게 시대가 저무는구나! 1995년 성산이 별세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성산은 춘원(春園)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의 실제모델로 유명합니다. 춘원은 성산을 가리켜 “성인이 아니면 바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성산은 해방 후 평양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한국전쟁 때 엉겹결에 아내 김봉숙 여사와 5남매를 북녘에 남겨 두고 차남만 데리고 월남했습니다. 그는 늘 북녘의 가족 생각에 가슴앓이를 했다고 합니다. 가슴이 아파 잠 못이루다 환자가 오면 새벽에 진료 나가는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그는 1991년 미국의 조카로부터 북의 가족이 모두 살아있다는 꿈같은 소식과 함께 40년 만에 부인의 편지와 가족사진을 받은 뒤 재회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정부로부터 특별방북을 제안받았지만 “하지만 나만 갈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성산은 늘 가난한 사람과 함께 했습니다. 치료비가 없는 환자에게 몰래 차비를 주고 뒷문을 슬쩍 열고는 “도망가라”고 뚱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그는 기독의사회를 조직해 행려병자를 치료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의료혜택을 주기위해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 조합 ‘청십자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 조합은 723명에게 당시 담뱃값 100원에도 못 미치는 월 70원의 회비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국민의료보험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해산할 때까지 23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성산은 직업으로 의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의사를 한 번도 못보고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뒷산 바윗돌처럼 항상 서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실력 있는 의사가 돼서 봉사를 해야 가난한 환자가 덜 불쌍하지, 가난한 사람이 실력 없는 의사한테서 진료를 받으면 더 비참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늘 연구하고 정진했습니다. 1959년 국내 최초로 간 대량절제 수술에 성공했고 서울대 부산대 가톨릭대 고신대 등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는 등 의학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성산은 가족에게는 다소 무심했습니다. 며느리가 혼수로 마련해온 이불은 고학생에게 선뜻 줘버렸고, 반찬이 조금만 많아도 “벌 받는다”고 가족을 혼냈다고 합니다. 손자 여구 씨가 할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며 의대에 진학했을 때에는 “돈이 많기도 하네”라고 했다고 합니다. 여구 씨는 현재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성산처럼 큰 산 아래에서 지냈던 장 교수는 행복했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버지가 평생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느라, 자신의 길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을 겁니다. 아버지의 큰 그늘이 늘 짐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고 아버지처럼 검소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다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오늘 아침 8시에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을 합니다. 가봐야겠습니다. 몇 년 전 장 교수가 선친이 못 이룬 이산가족 상봉을 할 때 취재 차 집을 방문했더니, 장 교수의 부인 윤순자 안과원장이 “(아버님 별세했을 때 사진 달라고 조르던) 그 진드기 기자가 왔네”하며 반겼는데, 오늘 저를 알아볼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렇게 한 시대가 서서히 저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성산이 추구한 그 인술(仁術)의 정신은 사라져서는  안 되겠지요? 성산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문병 온 지인에게 “요즘 의사들이 사명감이 부족해서 걱정”이라고 탄식했습니다. 아들 장 교수도 가끔씩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사명감이 충만한 의사들이 더욱 많아져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빕니다.

저니의 아련한 노래 Open Arms

1949년 오늘(1월 22일) 록 그룹 저니의 리드 보컬 스티브 페리가 태어났습니다. 오늘 저니의 노래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나 잘 알려진 ‘Open Arms’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Wheel in the Sky’입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발전소에서는 ‘Don’t Stop Believing’과 ‘Who’s Crying Now?’ 등 다른 노래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눈물을 보였을 때 미국 언론의 기사 제목이 저니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Who’s Crying Now?’이더군요.


▶Open Arms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9372&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Wheel in the Sky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9365&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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