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주머니가 비면 자녀 괄시 받는다고?

[이성주의 건강편지]부모와 자녀

늙어서 주머니가 비면 자녀 괄시 받는다고?

12월 초 열린 한국인구학회의 학술대회에서 가슴이 뜨끔한 논문 하나가 발표됐습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정재기 교수가 한국 가족-친족 간 접촉빈도와 부모의 소득, 교육, 연령, 성별 등 각 속성에 따라 자녀와 만나는 빈도를 분석했더니 한국의 자녀들은 부모의 돈이 없으면 찾지 않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다른 나라는 오히려 부모가 가난할수록 더 찾으며, 거꾸로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또 정신적 문제가 생기면 친구나 동료와 의논하지만, 돈은 가족에게 먼저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실이 그러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뜨끔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동아일보에서 에이즈 환자 실태를 취재하면서도 이런 점을 절감했습니다. 부모가 에이즈에 걸려 입원하면 수혈이나 억울한 이유로 감염이 됐어도 자식은 병문안조차 안 옵니다. 하지만 자식이 에이즈에 걸리면 평소 아무리 속을 썩였어도 어머니가 끝까지 곁을 지킵니다.


진화생물학적으로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사람의 뇌에 각인된 종족보존본능은 내리사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유난히 강조하고, 자식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얘기가 당연시됩니다. 반면 서구의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는 노인은 잘 죽지만 어린이가 죽는 경우는 드물고, 부모가 자식의 원수를 갚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은 거꾸로라는 사실이 묘하군요.


절대가치로서의 효를 중시하는 전통적 효 교육이 기능을 상실했다고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 부모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라는 개념도 되짚어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자녀를 인격체로 키우기보다는 자신의 희망을 구현하는 객체로 키우는 내리사랑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나요? ‘인생 이모작, 삼모작 시대’에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리고 이성적으로 실천하고 있나요, 아니면 순간순간의 바람에 따라 자녀를 키우고 있나요?

효를 아는 반듯한 자녀 키우기

①TV를 없애고 가족끼리 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눈다.

②아버지가 바뀌어야 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같이 땀 흘리고 시범을 보이는 ‘코치’와 같은 존재가 돼야 하고, 청소년 때에는 성문제 폭력문제 등에 대한 상담가가 돼야 한다. 자녀가 어른이 되면 독립된 인격으로서 친구와 같은 관계가 돼야 한다.

③자녀의 말을 경청한다. 부모는 옳고 자녀는 틀리기 쉽다는 생각부터 접어둔다.

④가족의 생일, 혈액형, 친구, 자녀의 반과 담임 선생님의 이름 등 가족의 신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⑤가족이 함께 거실이나 마루, 큰방 등에서 한 이불을 덮고 얘기하면서 자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번은 갖는다.

⑥물질적으로 베풀어주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지 늘 고민한다.

⑦달리기, 영화 보기, 낚시 등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⑧자녀가 부모의 생일 때 상을 차리게 하는 등의 효를 실천시키며 가족사랑을 확인한다.

⑨결혼반지나 특별한 옷 물려주기 등의 문화를 만든다.

⑩가족끼리 편지, 이메일을 자주 교환한다. 특히 부모의 진심이 담긴 편지는 자녀를 감동시키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의 효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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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에 관한 노래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오스먼드 패밀리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Neil Reid의 《Mother of Mine》, 둘째 곡은 이수미의 번안곡으로 유명한 폴 앙카의 《Papa》입니다.


▶‘나의 어머니’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962&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아빠’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961&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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