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의 건강학

[이성주의 건강편지] 열의 건강학


이열치열, 과학적 이유 있다

주말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요산인(樂山人) 5명이 벼락에 맞아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그분들이 만약 벼락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코메디닷컴 기사와 건강편지를 봤더라면… 하는 생각에 온종일 울가망했습니다. 사명감도 더 느꼈습니다.

오늘은 전국이 찜통더위라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바깥 기온이 무더워지면 인체도 열을 받기 마련입니다. 뇌에서 호흡과 온도를 조절하는 숨골(연수)은 신체를 37도 안팎으로 유지하기 위해 땀을 내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이 시스템이 깨져 체온이 40도를 넘으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체의 고열(高熱)은 해악으로만 여겨졌지만, 과학자들은 고열도 인체의 진화과정에서 생성된 방어 장치임을 알아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율리우스 바그너와 리터 폰 야우레그는 수 천 명의 매독환자에 말라리아를 감염시켜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 치료법은 위험해 쓰이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이때 열이 매독 균을 죽인 사실을 주목합니다. 고열이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어떤 경우에는 환자의 열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해열제를 먹는 것보다 고춧가루 탄 독주를 마시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면 더 빨리 낫는다는 속설이 100% 황당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고열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체에 열이 쌓여 정상체온인 37도에서 조금만 올라도 대사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남성은 일시적 발기불능이 됩니다. 2, 3도만 넘어도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나 단백질이 대거 파괴됩니다. 40도가 되면 뇌에 심각한 영향이 오고 42도가 되면 생명을 잃습니다. 체온계가 42도까지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여름에 체온조절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면 물을 많이 마시고 땀이나 소변으로 열을 배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점심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원리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삼계탕이나 매운탕 등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이때 숨골은 급히 열을 배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이에 따라 땀이 나면서 살갗이 시원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그럴싸한 것이죠.




열 원리에 따른 더위 이기기

①물을 자주 마시고 간식으로 과일을 먹는다.
②한방에서는 여름에 몸 바깥쪽의 위기(衛氣)가 세어지고 장기에 흐르는 영기(營氣)가 약해진다고 한다. 물이나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기 보다는 조금씩 자주 마시고 덥더라도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신다.
③저녁엔 ‘현대식 탁족(濯足)’인 발바닥 샤워를 한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 찬물로 자극하면 온몸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다 영기와 관련된 온갖 경혈이 모여 있다.
④심야 운동은 가급적 피한다. 체온을 올려 수면을 방해한다.
⑤어린이들은 땡볕에서 30분 이상 놀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은 더위를 모르고 뛰어놀다 ‘열실신’이나 ‘열사병’으로 쓰러지곤 한다. 단지 어지러워 쓰러지는 열실신은 그늘 속에서 쉬면 낫지만 체온조절시스템이 깨져 열이 많이 나는 열사병은 몸에 찬물을 끼얹거나 알코올을 문질러 체온을 떨어뜨린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