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의 병

[이성주의 건강편지] 모딜리아니의 병


결핵은 현재진행형의 병입니다

“엄마, 저 그림 모딜리아니가 그린 것 맞죠?
초등학교 4학년인, 제 둘째 딸 초록이는 미술관에 가면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금세 알아냅니다. 긴 얼굴, 긴 목, 긴 코의 우아한 여성, 단순하면서도 특이한 질감, 어딘지 우수(憂愁)가 젖 어나오는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어린 아이의 눈에도 특별한 듯합니다.

1884년 오늘(7월 12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태어났습니다. 그는 늘 늑막염, 장티푸스, 폐렴 등 병고에 시달렸으며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해 술에 절어 살았습니다. 술에 취하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길거리에 쓰러져 잤으며 부자의 돈을 훔쳐 가난한 시인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33세 때 술집에서 12세 연하의 화가 지망생 잔느 에퓨테른느를 만나며 새 삶을 살게 됩니다. 그는 잔느에게 “나의 모델이 돼 주겠소?”라고 접근하고 사랑을 이룹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나오는 목이 긴 미인이 바로 잔느입니다. 모딜리아니는 술을 끊고 그림에 매진하지만 결핵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1920년 초 파리 자선병원에서 결핵으로 인한 뇌막염으로 생명을 잃습니다.

슬프게도 잔느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부모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딜리아니를 뒤를 따라 갑니다. 남편이 한 “천국에서도 모델이 돼 달라”는 부탁을 잊지 못해서일까요?

모딜리아니와 잔느를 슬프게 만든 결핵은 우리나라에 40만 명이 넘는 환자가 있는 ‘현재 진행형’의 병입니다. 모딜리아니의 폐와 뇌를 함께 갉아먹었듯, 허파 뿐 아니라 온몸에 발병하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20대 여성이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결핵에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우수의 질환’이 여러분이 사랑하는 분 단 한 사람에게도 침범하지지 않기를 빕니다. “나를 향해 마주보고 살아 있는 인간을 봐야 일을 할 수 있다”던 모딜리아니의 생일에.


결핵상식 ABC

①BCG 접종을 받으면 결핵 걱정은 거뜬?=BCG 예방접종은 어린이가 결핵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지만 결핵 자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지 못한다.
②한 번 걸리면 면역이 생긴다=그렇지 않다. 과거에 결핵을 앓아 완치가 됐어도 또 걸릴 수 있다.
③결핵약은 독해서 증세가 사라지면 끊어야 한다?=6~9개월 약을 먹어야 완치 가능. 2∼3개월 뒤 증상이 사라졌다고 약을 끊으면 결핵균이 내성을 가진 채 재발하기 십상이다.
④결핵환자는 골방에?=아무런 증세 없이 X-레이에서 활동성 결핵이 발견됐을 때에는 전염성이 거의 없다. 환자가 약을 복용한지 2∼3주까지는 전염성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 복용 2∼3주 뒤부터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이때엔 성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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