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액시티닙으로 알츠하이머도 잡는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암화학요법제 액시티닙(Axitinib, 성분명)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여서, 앞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학항암요법제 액시티닙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는 쥐의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생성 억제제인 액시티닙은 콩팥암(신장병)의 가장 흔한 유형인 신장세포암(진행성 신세포암)의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혈관내피 성장인자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막는 표적항암제에 해당한다.

새로운 혈관의 생성은 암과 알츠하이머병의 공통 특징이며, 이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액시티닙으로 치료받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는 뇌의 혈관 및 기타 알츠하이머병 표지자의 감소를 보였으며, 학습 및 기억력 측정 테스트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월프 제프리 UBC 교수는 “이미 승인된 항암제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쓸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크게 흥분된다”며 “이 연구 덕분에 임상연구 기간이 몇 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 저하, 기억 상실, 뇌의 기능 장애 등 증세를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잠재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동물모델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했다. 임상시험에서는 타우(tau) 단백질이나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단백질의 파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UBC 연구팀은 이와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현상인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프리 교수는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직간접적으로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 또는 타우)을 표적으로 삼았으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결과를 빼고는 이런 임상시험에서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노력이 잘못된 목표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혈관의 생성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뇌 장벽이 구성된다.  주로 혈관으로 이뤄진 이 장벽은 외부 분자가 쉽게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뇌를 감염되지 않게 보호한다.

연구팀은 암성 종양(cancerous tumors)이 생존 및 번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혈관의 성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혈관 생성 억제 효과가) 입증된 항암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암제 액시티닙은 ‘티로신 키나제 수용체’라는 뇌의 수용체를 차단하며, 이는 비정상적인 혈관이자라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액시티닙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게 한 달 동안 투여한 결과 혈관 성장이 극적으로 줄었고, 혈액-뇌 장벽이 회복했고, 특히 쥐의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제프리 교수는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많은 약물의 임상시험을 관찰한 결과, 임상변수(clinical endpoint)에 도달하지 못한 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치료적 접근법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임상 치료법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이 시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이 발행하는 ‘이바이오메디슨(EBioMedicin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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